-‘한국관광 품질인증제’ 도입 논의 본격화… ‘이해 당사자’들 불쾌한 심기 애써 감춰

‘한국관광 품질인증제’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됐다.<본지 7월11일자 보도>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도 시행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관광품질 통합인증제 도입 취지와 계획을 공개했다. 관광 부문의 각종 인증제도를 통합해 국가 차원의 단일화된 표준 관광품질 인증제를 도입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협회 등 수많은 주체들이 숙박, 음식, 쇼핑, 여행사, 여행상품, 여행서비스 등 각 분야에 걸쳐 여러 가지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적 요소를 없애고 관광 부문 전체를 아우르는 표준 인증제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다.

표준 모델 개발 용역을 맡은 한국생산성본부 측은 “해외의 경우 단일화된 인증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반해 한국은 전국 38개 조직에서 89개의 개별 인증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며 “유사·중복 운영으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인증 후 사후관리 미흡, 제도 운영 분산으로 인해 인지도도 낮다”고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주요 사례로는 프랑스의 QT, 영국의 QiT, 홍콩의 QTS, 뉴질랜드의 QUAL, 호주의 T-QUAL을 꼽았다. 한국에 통합 인증제를 도입할 경우 “기존의 개별 인증제도를 일시에 강제 통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합 인증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점진적이고도 자율적인 통합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8월말까지 통합인증에 대한 표준 모델을 개발하고, 올해 서울과 부산, 강원 지역의 숙박 및 쇼핑업소를 대상으로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인증 대상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체 인증제를 운영해왔던 전국 각 지자체나 협회, 공공기관 등 ‘이해당사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경희대 김대관 교수는 “통합 인증제 도입의 당위성을 더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각 지자체나 협회 등과 같은 이해당사자와의 충돌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모 지자체 관계자는 “첫 공청회인 만큼 일단 어떤 구상인지 듣기만 했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계획”이라며 “향후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서 입장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 관계자는 “해외 인증브랜드들은 대부분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관광 부문 전체를 범위로 삼고 있어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인바운드인지 아웃바운드인지 그 대상에 따라서도 접근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서는 그 부분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에 도입됐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2014년 폐기된 호주의 ‘T-QUAL’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 강석원 과장은 이날 “아직 정책적으로는 확정되지 않은 연구 단계의 사안”이라고 밝히고 “향후 과정에서 모의적용과 시범사업 등을 통해서 계속 보완할 것이며, 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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