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익보호〓/ 손님은 왕’ 정책도 균형 맞춰야
 
여행업 이것만은 고치자
3.소비자 보호도 과하면 ‘독’

여행 상품의 최종 목적지는 소비자다. 그래서 소비자는 최종적으로 ‘갑’이 된다. 갑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소 무례한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상담 직원들, 소비자의 앞뒤 없는 컴플레인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판매자로서 지켜져야 할 영역과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여행사 돌아가며 환불, 정보만 얻는 ‘얌체족’
-잠자고 씻는 고객 개인 시간도 여행사 책임?
-LCC 성격 이해 없는 환불 요구에 ‘절레절레’
 
 
 
‘진상’에 속수무책, 인력 낭비는 덤
 
A씨는 여행사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여행을 다녀온 뒤 컴플레인을 걸어 환불을 받는 방식으로 여러 여행사를 골탕 먹였다. A씨에게 상품을 팔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여행사의 마음이나, 강제적으로 구매를 막을 수 없어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상담 직원에게 무례한 언사로 불쾌감을 주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매우 일반적이다. ‘화장실에서 안 울어본 직원이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마냥 우스개 소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위 ‘진상’고객을 상담하는 동안 생기는 직원들의 감정 노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처는커녕 문제 의식을 공감하지 못하는 회사가 대다수다. 

한 건의 문제 상황이 여러 통로로 접수돼 담당자의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B 항공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소비자보호원, 공정거래위원회, YMCA, 소비자보호단체 등 고객 불만 접수 통로가 여러 군데이다 보니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설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소비자 컴플레인이 접수되는 통로의 일원화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최근에는 알맹이만 쏙쏙 빼먹는 얌체족의 활약이 대단하다. 상품을 예약할 것처럼 이것저것 각종 정보를 얻어간 뒤 정작 예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여러 상품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사전 상담이 필요하긴 하지만, 최근에는 애초에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지 않을 일부 자유여행자들이 단순히 정보 획득을 위해 여행사 상담창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 문제시 되고 있다. C항공사 관계자는 “손님이 여행사에 상담할 때는 유료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구잡이 상담, 인력낭비를 줄이고 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여행업 취급수수료(TSAF)’ 정착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데서 아쉬움을 남긴다. 항공권 발권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에게 일정 요율이나 액수를 수수료로 부과한다는 내용의 TSAF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멈춰 있다. 
 
욕실에서 넘어져도 여행사 탓
 
소비자에게 편향된 각종 제도와 규정들은 구조의 불균형을 더욱 부추긴다. D여행사 대표는 “고객이 호텔 객실에서 목욕을 하다가 넘어져도 여행사가 배상을 해야 한다”며 “최근 여행 중 사고와 관련한 판례들은 여행사에게 불공정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행사 책임이지만, 개인 시간에 발생한 문제 또한 여행사 책임이 될 수 있냐는 물음이다. 여행사 입장에서 다소 납득할 수 없는 판례가 계속 쌓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리하다. D대표는 “여행사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개인의 시간과 여행사의 행사 시간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올 초 여행자 권익 보호를 취지로 마련된 여행자 보호 민법 개정안이 시행될 당시에도 “여행자의 권익만 있고 여행사의 권리는 없다”며 업계의 우려가 높았다. 여행자에게 여행 개시 전 사전해제권을 부여하고, 여행 내용에 하자가 있는 경우 여행사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요금 감면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최종적으로 여행사에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 사전 해지권’을 부여해 여행자와 여행사의 권리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 우선’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C항공사 관계자는 “여행사나 항공사의 제도는 국가가 통제하지만, 소비자가 무분별하게 예약하고 노쇼를 내는 등의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자비없는 잣대에 항공사 정책도 바꿔
 
에어아시아는 지난 2014년 전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만 환불 규정을 신설했다. ‘환불 불가’ 원칙을 고수하던 대형 저비용항공사 그룹이 국내에서만 정책을 변경했다는 데는 큰 시사점이 있다. 비슷한 예로 한국에 취항 중인 몇몇 LCC도 환불 및 변경 수수료 정책 등을 수정한 사례가 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 권익 보호는 필요하지만 LCC 항공사 대부분은 “항공법이 소비자 위주로만 강화된다”는 입장이다. C항공사 관계자는 “외국에서 보면 오히려 기업의 자율성까지 통제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고, 한국은 소비자에게 너무 관대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비스 부분에서는 기내식 등 LCC 항공사이기 때문에 제외되는 부분에 대한 불만도 나타나는 형국이다.

국내 시장이 LCC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지 못했다는 시각도 많다. 애초에 LCC는 불필요한 서비스와 제반 사항을 줄이는 대신 합리적인 요금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태동한 것인데, 이런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기준 아래 정책준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E항공사 관계자는 “항공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각종 수수료 및 페널티 요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부가 서비스도 유료이거나 약한 편”이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이용객들은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막무가내로 항의하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또, “지연이나 결항 시 항공사 보상 정책에 대해 고객 불만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항공사에게만 해당 규정을 조정할 것을 강요하기보다 외국 사례를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에는 지연이나 결항 시 보상을 해주는 보험회사가 따로 있어 항공권 구매와 별도로 적절한 보상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가 기업 성격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비판이다. E항공사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맞게 한국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운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세계화 흐름에 일부는 부합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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