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 이것만은 고치자!
5. 말 뿐인 “직원이 재산”

전문가 육성? 열정페이, 업무과중에 어깨만 ‘뻐근’ 
 
-잘 되면 회사 덕, 안 되면 개인 탓
-훈련없는 실무 투입, 처우는 ‘씁쓸’
-잦은 직무이동에 업무 효율 떨어져

상담부터 회계까지 만능 A씨의 고민
 
직판여행사에 근무하는 A씨는 고객과의 상담부터, 거래처 관리, 정산 등 회계까지 담당 상품에 대한 모든 것을 관리한다. 담당하는 상품이 만들어지고 판매되고 행사가 끝나 마무리되는 모든 과정에 A씨의 손이 필요하다. 혹시 문제가 생겨 고객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직접 대응해야 하고, 정산 과정에서 불가피한 오류가 생기면 개인 자금으로 메꿔 넣어야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른 상황이지만 과중된 업무보다 회사의 대우가 더 서운하다. 문제 상황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될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치 미달에 대한 힐책까지 감수해야 한다. A씨는 퇴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회사의 구조를 서글퍼했다. 

직판여행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업 종사자는 위와 비슷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B항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세한 곳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행사들이 ‘직원이 힘’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이직률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잘 되면 당연하고, 안 되면 담당자 개인 탓을 하는 풍조도 강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업계 종사자들은 회사로부터 ‘네가 아니어도 일 할 사람은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여행업이 계속 확장하는 만큼 적당한 업무 분배와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결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의 필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나름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여행사라고 해도 속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전문성’ 필요하지만 육성 계획은 전무
 
전문가 양성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다. 여행 경험이 늘어나고 다양한 채널로부터 여행자들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갈 수 있는 상품의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곧 업계가 차별화 될 수 있는 부분으로 ‘전문성’이 부각되는 셈이다. 

직원들에게는 소비자보다 더 심도 있는 정보와 다양한 현지 경험이 필요하다. 조직의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수반 돼야 하는 이유다. C여행사 관계자는 “공부하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직원들이 어떻게 고객의 높은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느냐”며 “전문상품 기획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다”고 했다. “상품 기획 직원들을 전문가로 키우고 싶다면 10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상은 ‘야매’식이나 다름없다. 일손 채우기에 바빠 훈련 없이 실무에 투입되는 것은 다반사고, 잦은 직무이동으로 업무에 통일성을 갖기 어려운 경우도 흔하다. ‘담당자가 잘 모른다’, ‘서로 알기 시작했는데 담당자가 또 바뀌었다’는 거래처의 푸념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여행업 직접 종사자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업계를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관련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와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D협회 관계자는 “관광은 연속성과 지속성이 필요하지만 국내 지자체의 경우 담당 공무원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토로했다. “전문 계약직을 두고 있는 목포 같은 경우는 한 담당자가 꾸준히 업무를 보고 있어 업계 이해가 높았다”며 유대를 높일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뜬금없는 낙하산에 조직은 분열
 
채용과 실습제도에 대한 불합리도 만연하다.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지만 여행업계도 ‘낙하산 채용’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행업계와 전무한 이력을 가지고 여행업계를 대표하는 일은 이제껏 비일비재 했고, 이 때문에 ‘탁상행정’이라는 불만도 꾸준히 있어왔다. 복잡한 업계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제대로 된 행정이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제기다. E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 호텔, 협회 등 은근히 낙하산이 많다”며 “업무적으로 괴리감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인맥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신입, 평직원급 낙하산도 잦다고 했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조직 내부의 거부감이 더욱 심해 ‘조직이 병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던 ‘열정페이’도 도마에 올랐다. 주로 대학교와 연계한 실습제도에서 문제시 된다. 실습생들에게 주어지는 급여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요지다. 실제로 실습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는 호텔업계 일부에서는 급여가 한 달 교통비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다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호텔업계를 열정페이 행태가 만연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4월 고용노동부와 호텔업계가 ‘청년 열정페이’ 근절 협약을 맺으면서 극적인 타결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전망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학습의 일환으로 보느냐, 노동의 일환으로 보느냐에 따른 관점의 차이가 여전해 실습생에 대한 처우가 근시일 내에 답을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F여행사 관계자는 “실습생은 학습을 위해 오는 것이고, 일반 직원과는 업무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대로 실습생을 보내는 G대학 관계자는 “지금까지 노동력을 아주 싸게 이용해서 학생들을 착취시킨 것이 아니냐”며 “대승적 차원에서 최저시급 정도는 수용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피력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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