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참여 여행사 참여 중단키로 뜻 모아
-선택관광 폐지 둘러싸고 양측 마찰 불거져

한국관광공사와 소비자원, 여행업계의 합작품인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여행상품 운영에 대해서까지 규제하려 든다며 여행사들이 참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표준안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여행사들은 최근 회의를 갖고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사업주체인 한국관광공사와 소비자원이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여행사들의 상품구성 및 운영에까지 개입해 규제를 가하려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 사업은 한국관광공사와 소비자원이 주도하고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중심으로 여행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지난 2013년 12월 처음 시작됐다. 해외여행 상품에 대한 정보를 한층 구체적이고 알기 쉽게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불명확한 정보 전달로 인한 마찰과 갈등도 방지하자는 게 핵심 취지였다. 이에 맞춰 여행상품 광고시 부정확하거나 불명확한 용어 사용 규제, 필수 제공 정보 설정, 핵심정보 전면 표시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14년 초부터 본격 시행에 돌입했다. 

여행사 호응도 좋았다. 내일투어, 노랑풍선, 롯데관광개발, 레드캡투어, 모두투어, 세중, 여행박사, 참좋은레져, 투어이천, 하나투어, 한진관광, 현대드림투어 12개사가 첫 시작을 함께 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온누리투어, 인터파크투어, 자유투어, KRT, 웹투어 5개사도 참여해 총 17개사로 늘었다. 이들 참여사가 우리나라 해외여행상품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웃바운드 업계 전체가 참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선택관광으로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하면서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사실상 ‘필수옵션’으로 운영되고 있고 소비자 불만도 자주 야기되는 5개 주요 선택관광을 올해부터 폐지하거나 상품 기본내역에 포함하기로 합의한 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막상 시행에 돌입하고 나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폐지하기로 한 5개 선택관광 중 하나였던 ‘하롱베이 비경관광’이 결정적이었다. 기존 프로그램을 변형하거나 축소한 상품이 기존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경영상 타격을 우려한 현지 랜드사와 가이드의 결정이었다. 이의 처리를 두고 마찰이 발생하기 시작해 결국 여행사 참여 중단 결정으로까지 이어졌다.

A여행사 관계자는 “현지 랜드사 사정도 감안해서 충격이 없는 수준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고 몰아붙여 여행사들의 반발을 부추겼다”며 “이번 사업은 여행상품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알기 쉽게 제공하자는 것일 뿐, 여행사의 상품운영에 대해서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근거는 전혀 없다”며 참여 중단에 찬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회의석상에서도 걸핏하면 여행사를 규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하겠느니 어쩌느니 일방적으로 나와 어이가 없었다”며 “주최 측이 해외여행 상품 구성과 유통, 현지 사정 등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춘 것도 아니고, 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서 별다른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닌 마당에 그런 대우를 참을 이유가 있느냐”고 따졌다. “참여 여행사에 대한 대외 광고홍보 등을 실시한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이렇다 할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11일 현재, KATA는 한국관광공사와 소비자원에 참여 중단 의사를 공식 전달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 스케줄이 정해지지 않았고 추가 협의 여지도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윤곽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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