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노예가 된 사람, 매일 똑같은 길로만 다니는 사람, 결코 일상을 바꾸지 않는 사람, 위험을 무릅쓰고 옷 색깔을 바꾸지 않는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브라질 출신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마샤 메데이로스의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 중 일부 구절이다. 얼마 전 지인의 SNS에서 이 시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몇 번을 다시 읽어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아마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는 개개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테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을 만나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여행 상품은 20년이 지나도 똑같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상품뿐일까. 시장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도태된 채 하락세를 면치 못한 여행사는 또 얼마나 많은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내 규정, 수직적 조직 관계, 유통 구조 등은 업무 효율성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최근 여행업계 스타트업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기업 전략이 다소 다르게 느껴진다. 브랜드 인지도나 홍보보다는 ‘얼마나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와 같은 유입 이후 최종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에 집중 투자하고 전략을 강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통 방식의 변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현지투어 전문 앱 ‘와그’는 FIT들이 선호하는 현지투어, 데이투어 상품의 경우에도 항공권이나 호텔처럼 예약과 동시에 확정 바우처를 발급해 경쟁력으로 만들었다. 

또 몇몇 신규 여행사는 예산이 넉넉해도 남들처럼 유명 포털 사이트나 홈쇼핑을 통해 홍보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좋은 상품을 만들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입소문은 수 천 만원의 광고보다 가성비가 좋고 빠르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는 감탄이 나오는 전략을 말하는 곳들은 대부분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성공과 실패의 여부도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영원한 1등은 없듯 영원한 꼴등도 없다. 이런 광고 카피도 라이트도 있지 않은가. 바뀌지 않으면 바꿀 수 있는 것도 없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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