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49년, 장제스(장개석) 총통의 중국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으로 쫓겨왔다. 국민당을 향한 불신을 바로잡고 당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장제스가 본보기로 삼았던 것은 바로 며느리였다. 밀수사건에 며느리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자 장제스는 압수수색 명령을 내렸고 실제로 많은 양의 보석이 발견됐다. 그 후 며느리를 만난 장제스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상자 하나를 건넸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권총이었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장제스와 며느리의 일화를 들려주며 청렴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공정하게 개혁하려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직접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 청렴과 공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가치이며 특히 공직자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멀게는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가, 가깝게는 지난 수요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이 청렴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대상자는 공무원과 언론인을 포함해 약 4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주는 사람도 처벌받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국민이 해당된다. 부정청탁을 방지하고 뇌물수수를 처벌하겠다는 법의 취지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법 당사자들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 조항이 모호할뿐만 아니라 ‘3·5·10만원’ 원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관광청을 비롯한 업계관계자들은 행사 개최 시 식사와 기념품을 고민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권익위와 법원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법원은 시행 하루 전날 전국 법원에 배포한 내부 행동지침서를 통해 “공식적인 행사나 간담회에서 1인당 5만원짜리 한정식을 먹는 게 사회 통념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고무줄 같이 해석의 여지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선한 의도를 담고 있는 이 법은 시행됐고 ‘n분의 1의 시대’와 함께 서로를 의심하는 ‘감시사회’에도 한 발 가까워졌다. 당국은 ‘란파라치’에게 잡혀 온 위반행위자에게 장제스처럼 권총을 내밀지는 않을테지만 아무쪼록 안 받고 안 주는 것이 가장 마음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김영란법은 기자의 법이고 당신의 법이다. 각자 당신 자신의 양심과 당신의 법을 준수한다면 우리 모두는 안전할 것이다.
 
정현우 기자 vaga@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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