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다녀왔다. 문제의 와사비 테러가 일어난 일본의 그 도시 말이다. 괘씸하기 그지없었지만 여행을 취소하진 않았다. 그리고 오사카에서는 여전히 한국인들로 북적이는 거리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와사비 테러에 이어 한국 가족여행객 묻지마 폭행, 한국인 비하 은어를 적은 버스표 등 ‘혐한’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됐지만 여행사들도 이로 인해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SNS나 뉴스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갈 사람은 간다’는 것이다. 혹자는 수면에 드러난 일부 극단적인 사건으로 여행을 취소한다는 것은 다소 편협한 행동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단체 여행객 행사가 일부 깨지거나 위안부 갈등으로 일본 인바운드 시장이 한동안 휘청거렸던 것과 비교해 확실히 대조적이다. 

누군가 와사비 테러 기사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너희에게 와사비가 있다면, 우리에겐 바가지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생각해보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며칠 전 명동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길거리 음식을 주문했는데 한 눈에 봐도 기자가 주문한 것에 비해 옆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이 받아 든 음식의 양이 적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밑반찬 제공에 별도 요금을 받고 식사 가격을 아예 다르게 책정한 일부 식당들이 발각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또 우리도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중국인과 일본인을 비하하는 ‘X깨’, ‘X바리’와 같은 은어를 쉽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기분 탓인지 오사카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점원이 그저 건넨 말이 불친절하다고 느껴지거나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보일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는 오사카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없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이런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환영받지 못한다면 마음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비난의 화살만을 쏟아 붓기 전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도 필요한 시점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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