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국제금융, 내수경제 위축 등으로 주요 기업들의 공채 관문도 더욱 좁아진 상태다.  여행산업도 마찬가지다. 예년에 비해 비슷하거나 축소된 분위기다. 경쟁률은 치열해졌고 면접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하반기 공채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인사담당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공채보다 수시 채용, 신입보다 경력직 선호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점(9.4%)을 찍은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공채 규모는 예년보다 감소한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8월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4년제 대졸 정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67개사 중 ‘계획이 있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146개사(54.7%)로 집계됐다. 채용인원은 총 9,121명으로 지난해 하반기 신규 채용인원 1만107명보다 9.8% 감소했다. 

10월 현재 하반기 공채가 한창 진행 중인 여행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채용 규모는 대부분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축소됐다. 취업 관문이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률 또한 치열했다. 하나투어의 하반기 신입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90~100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총 지원자 수는 9,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경쟁률은 최대 100:1에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일투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20명 내외를 채용할 예정이며 총 지원자는 1,600여 명으로 80:1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좋은여행은 2014년부터 채용형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연 2~3회씩 30여 명을 채용하며 올해 하반기 역시 비슷한 규모가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참좋은여행 인턴 공채에는 약 500명이 지원해 16:1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해보다 신입 채용 규모가 축소된 곳들도 있다. 올해 모두투어 하반기 신입 공채에는 2,000여 명이 지원했으며 합격자는 20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 인원이 약 35명이었던 데 비해 크게 축소된 상태다. 노랑풍선 역시 올해 하반기 신입 공채 인원은 16명으로 지난해 30여 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쟁률은 지난해 60:1에서 96:1로 크게 증가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대외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존보다 다소 보수적 채용을 결정했다”면서 “신규 채용보다는 사내 인사이동을 장려하고 계약직 및 전문직 근로자 채용 비율을 높여 전체적인 채용 인원은 예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과 한진관광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아예 진행하지 않는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전반적인 채용 시장 분위기가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으로 흘러가고 있고 결원이 생길 때마다 상황에 맞게 충원하는 중이다”라며 “신입 사원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이 가능한 경력 사원 채용을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지원자 수준 높아지면서 면접도 ‘구조화’  
 
‘여행사의 재산은 인재’라고들 말한다. 구직자들이 ‘좋은 기업’을 찾는 것처럼 인재를 모으기 위한 여행사들의 노력도 크다. 사람을 대하는 일인 만큼 스펙보다 인성을 높게 평가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고 인재를 직접 찾아나서는 등 방안도 가지각색이다. 

올해 하나투어는 대학교 채용설명회를 전국구로 확대했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 위주로 진행해 왔으나 우수하고 다양한 인재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현장에서 직접 회사에 대한 비전과 입사 노하우 등을 공유해 보다 적합한 예비지원자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모두투어는 올해부터 직무적성검사를 보다 비중 있게 평가한다. 모두투어 지영근 차장은 “직무적성검사는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평가할 수 있어 점수가 현저히 낮은 경우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는 약 12~15%가 직무적성검사에서 탈락됐다”고 말했다. 또 지원자를 대하는 면접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잡플래닛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면접 후기를 체크하는 등의 관리도 이어진다. 지영근 차장은 “2014년 신입사원 조기 퇴사율은 20%에 달했으나 객관화된 지표와 체계적인 면접 구조화를 통해 이직률은 5%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참좋은여행 역시 채용형 인턴제를 도입함에 따라 사내에서 조기 퇴사율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랑풍선은 올해부터 지원자의 지망 부서와 관계없이 검증된 면접관이 모든 면접을 진행한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보다 공정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하기 위해 면접 방식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 없어야…
 
이처럼 여행업계 공채가 점점 구조화되어 가는 배경으로는 지원자들의 높아진 수준을 꼽을 수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들의 학력이나 어학 능력, 외부활동, 자격증 등 일명 ‘스펙’은 갈수록 상향평준화되어 이것만으로는 변별력을 키우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또 직무에 대한 이해보다 막연히 여행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입사 후 1년 내 조기 퇴사율이 높다는 것이다. 여행 ‘산업’의 흐름과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관광학과 전공생을 우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따라서 면접관들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단골 질문은 ‘입사 동기’다. 입사 동기를 살피는 것은 중간 이탈의 가능성과 직무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직판 여행사의 경우 상담 업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면접자의 태도와 이야기 속도, 톤 등 전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인사담당자들의 면접 TIPS
 
복장에 센스를 더하라 
내일투어 박종대 이사

내일투어 면접 복장은 자율 복장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지원자들이 면접 전용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여자 지원자들은 검정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를, 남자 지원자들은 정장 바지에 셔츠, 넥타이를 맨다. 이럴 경우 면접관들은 지원자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쉽지 않다. 단정하면서도 약간의 센스를 더한다면 잔상이 오래 남는다. 
 
점수보다 경험이 중요 
모두투어 지영근 차장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는 지원자가 입사를 위해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파악하는 척도다. 하지만 어학 점수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떨어뜨리지 않는다. 실제 회화 실력이 더 높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관광학과 비전공자일지라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실습 등 대외활동에도 점수를 부여한다. 모두투어는 올해부터 공채 연계형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공채 2개월 전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공채에서 가산점을 받게 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턴 13명 중 공채 응시자는 10명이었으며, 최종 6명이 합격했다. 
 
업무 이해도 체크는 필수 
노랑풍선 김준환 팀장

올해 가장 큰 규모로 충원되는 부서는 중국팀이다. 서류 전형에서는 지원자들의 경력, 관련전공, 자격증 등 자질을 먼저 검토한다. 면접에서는 여행업과 노랑풍선에 대한 이해도, 지원하는 업종과 직종에 대한 열정을 중시한다. 더불어 여행사 오퍼레이터라는 직업은 업무의 상당부분이 전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사소통능력도 중요하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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