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기도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더니, 요새는 기도에 소홀했었나보다. 꽁꽁 숨기려 했던 것이 만천하게 까발려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온 국민의 관심사가 최순실 게이트에 쏠렸다. 강남부터 먼 독일까지 최순실씨의 흔적을 쫓는 이 스릴러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호텔과 단독주택을 두었다던 그 마을이 궁금해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북쪽으로 24km거리, 타우누스 산지에 자리한 마을 중 가장 고지에 위치해 있다. 슈미텐 웹사이트(www.schmitten.de)를 보니 한가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시골 마을이다. 특별한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은 아니지만 괜히 호기심이 동한다. 수백억대 자산가의 취향은 어떤 것인가 궁금하니까. 

찬찬히 보니 아주 할 것이 없는 곳은 아니다.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우선 슈미텐이 자리하고 있는 타우누스 산을 올라볼 수 있는데 트래킹 길이 아주 잘 정돈돼 있다고 한다. 겨울 시즌에는 스키도 즐길 수 있고, 산악자전거를 타고 바이킹을 하기도 한다. 인근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전경이 아주 멋지다는 평가다. 

숙박은 조금 어렵겠다. 슈미텐에 운영되던 호텔 한 곳의 주인이 최근 한국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호텔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굳이 숙박을 하고 싶다면 30분 거리의 푸랑크푸르트를 추천하겠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이드가 비밀스러운 정보를 공유해 줄 때가 있다. 이 카지노에는 누가 왔다더라, 어느 유명 인사가 좋아하는 지역이라더라 하는 얘기들 말이다. 그럼 괜히 내밀한 소식을 혼자 알게 된 것처럼 뿌듯하지 않던가. 슈미텐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원하진 않았을 지라도 우리 국민들을 자극할 수 있는 강렬한 비밀을 갖게 됐다. 아마 곧 슈미텐 지역에 한글이 써진 대형 버스가 줄줄이 서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기자들이, 나중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엉뚱한 외지인이 조용한 마을에 괜한 태풍을 몰고 간 것이 아닌지 괜히 슈미텐에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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