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장의 지형도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외국계 여행 서비스 업체의 공습에 허무하게 호텔 예약 시장을 내 준 토종 여행사는 항공을 비롯한 남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빗장을 단단히 하고 있다. 반면에 호텔에서의 기세를 모아 항공 시장에서의 일격을 준비하는 외국계 OTA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OTA의 지형도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호텔 분야 글로벌 OTA 점유율 70% 넘어서”
-2015년 OTA 시장 규모 2,460억 달러 예상 
-시장 선두 익스피디아, 인수합병 통해 대형화
 
 
아시아 지역서 OTA 성장률 두드러져
 
자동차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본이고 많은 소비자들이 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등의 외국계 브랜드도 1차 고려 대상에 올려놓는다. 일반 소비재보다는 늦었지만 3~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외국계 여행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입이 시작됐다. 초기에는 익스피디아와 아고다 등이 호텔 분야부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스카이스캐너 등 항공 분야의 OTA가 속속 시장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토종 여행사들이 주도하고 있던 여행 시장은 글로벌 OTA의 등장에 빠른 속도로 지형이 변화됐다. 가장 많은 잠식이 이뤄진 분야는 호텔 분야로, 전문가들은 전체 호텔 예약 시장의 70% 이상이 글로벌 OTA로 옮겨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금은 항공 시장에서 전투가 치열하다. 토종 여행사들이 호텔 분야에서 이미 고지를 빼앗겼다면, 항공 부문에서는 여전히 토종 여행사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어서 아직까지는 유리한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시장에서도 위협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실 글로벌 OTA의 흥행은 전세계적인 트렌드나 마찬가지다. Euromonitor International estimates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체 OTA 시장은 2,460억 달러(한화 약 283조원) 규모를 넘어섰고, 성장률은 1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지역에서 모두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2015년 기준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지역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다.
 
이어 유럽과 그 밖의 지역 순이다. OTA의 성장 곡선은 앞으로 더욱 극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인기가 가파르다. 2015년 기준 아시아 지역의 OTA 시장은 총 790억 달러(한화 약 91조원) 규모며, 성장률은 43%다. 북미 시장이 830억달러(한화 약 95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근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다. 빠르면 올해부터 아시아가 북미 지역의 비중을 넘어설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세부 브랜드로 각개 전투 벌여
 
현재, 글로벌 OTA 시장은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온 익스피디아 그룹과 프라이스라인 그룹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공룡 그룹은 부킹 성장률도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은 익스피디아 그룹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익스피디아 그룹은 6,083만 달러(한화 약 700억원)를 기록했고, 이는 2014년 5,044만 달러에서 약 20.6%가 성장한 것이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2015년 5,552만 달러(한화 약 640억원)로 익스피디아 그룹의 성적에 조금 못 미치고 있다. 성장률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4년 5,030만달러에서 약 10.4%가 늘어났다. 
 
이같은 선두 그룹의 순위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익스피디아는 지난해 오비츠(Orbitz)를 인수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이미 2016년 매출 규모가 전년보다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인수 합병 등 외부 변수를 제외한 자체 성장률만 약 14%에 달하는 등 성장 기반도 탄탄하게 이어지고 있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부킹닷컴, 아고다 등 단기 렌탈 시장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연휴 렌탈 리스트가 38만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에어비엔비에 대적하기 위해 지난 2014년에는 빌라스닷컴(Villas.com)을 론칭했고, 여행 후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립어드바이저를 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북미,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유럽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세부 브랜드 운영을 통해 각개 전투를 벌이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총 15개 여행 브랜드를 운영하는 익스피디아 그룹은 국내에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트리바고 서비스를 론칭해 운영 중이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총 6개 브랜드를 두고 있으며, 부킹닷컴, 카약, 아고다, 프라이스라인이 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서비스 내용은 대부분 호텔 및 숙박에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토종 여행사들이 지키고 있는 온라인 항공 예약 시장은 엄밀히 따지면 아직 외국계 OTA가 주력하지 않았고 본격적인 전투도 시작되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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