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또 벌어졌다. 한 허니문 전문 여행사가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고 부도를 냈다. 지난 17일 제보에 따르면, 서울 소재 H투어가 허니문 상품 예약 고객들에게 자사의 부도 사실을 알리고 사실상 연락을 끊었다. 17일 현재 아직 폐업처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몇 명인지 피해액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는 없다. 한 달 뒤 출발 예정으로 항공권과 리조트 비용으로 700만 원 가량을 피해봤다는 소비자가 있는 것을 보면 규모가 상당할 전망이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폐업처리 뒤 공식 피해접수가 이뤄져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작년 이맘때에도 허니문 전문 여행사들이 줄줄이 소비자 피해를 낳고 부도를 냈다. 잇따른 ‘사고’로 중소 허니문 전문여행사의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은 물론이다. 대형사로 몰리는 쏠림현상도 심해졌다. 이는 다시 중소 허니문 전문 여행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봄과 가을 허니문 시즌이 되면, “이번 시즌이 지나면 줄줄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다. 다행이 큰 탈 없이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결국 사고가 났다. 

한 여행사에 국한된 얘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지난해 이맘때의 잇따른 부도 사태가 너무 생생하다. 이곳저곳 할 것 없이 사정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무너졌다면 다른 곳들 사정도 위태로울 가능성이 높다. 수 년 동안 허니문 전문 랜드사로 활동한 모 랜드사 소장은 갈수록 먹기 살기 힘들다는 신세한탄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그는 “결혼 커플 수가 줄면서 허니문 시장 자체가 축소된 것은 물론 그나마 있는 수요도 대형 여행사만 찾거나 웨딩 컨설팅 업체를 통한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허니문 성수기까지는 어찌어찌 버티지만 이후에 어느 순간 현금 흐름이 끊기면서 부도로 내몰리는 게 일종의 패턴이 됐다”고 토로했다.

더 큰 걱정은 비단 중소 허니문 여행사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니 다른 여행사의 사정은 어떤지 물으면서 고충을 호소하는 곳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해외 출국자 수가 올해 2,000만명을 훌쩍 넘을 기세인데 왜 여행사는 갈수록 힘들어질까? 또 같은 질문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