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지켜야할 매너가 있다. 가방이든 신발이든 옷이든, 친구와 똑같은 물건은 사지 않는 것.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이라도 말이다. 정 갖고 싶다면 먼저 구매한 친구에게 동의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핫한 아이템이 있다면 누가 먼저 선점하는가에 대해 묘한 긴장이 형성될 때도 있다. 기성품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이 같은 매너를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다. 

요즘 여행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여자들의 매너가 떠오른다. 올해 하반기, G마켓, 11번가, 티몬 등 국내 업체들이 항공 메타 서치 서비스를 거의 동시에 시작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해외 메타 서치 업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시점이었다. 그뿐인가. FIT 시장이 커지면서 패스, 입장권, 현지투어 등 단품만 판매하는 플랫폼을 내놓는 업체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제는 단품 판매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KLM네덜란드항공,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등 외항사들이 사전 좌석 지정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에미레이트항공과 에어인디아도 지난 10월부터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외항사들을 중심으로 사전 좌석 지정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도 오는 12월16일부터 선호 좌석 유료 배정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상품이든, 시스템이든 검증된 무언가를 따라 가는 것은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라면 어디까지나 뒤를 쫓게 될 뿐이라는 한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에어비앤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론칭했다. 에어비앤비는 ‘사람’과 ‘공간’을 기반으로 탄생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번에 론칭한 플랫폼 ‘여행’은 에어비앤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경험’을 더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체성을 유지하다보니 독자적이면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기특하기도,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반응은 뜨겁다. 에어비앤비의 새로운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 기대도 된다. 유행에 민감하되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잊지 않는 것. 패션 리더들의 철칙이 아니던가.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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