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소란한데 일상은 고요하다. 친구들끼리 만남은 경기가 좋지 않으니 약소화 되거나 내년으로 미뤄졌다. 연말이면 줄줄이 이어지던 송년행사들도 어디론지 쏙 숨어버렸다.

연말행사가 줄어든 것은 어지러운 정세와 부진한 경기 탓도 있겠지만, 아마 지난 9월28일부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아무래도 행사를 여는 사람이나 참가하는 사람이나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당 법이 시행된 이후 첫 연말이니 총대메고 나서기 부담스러울 테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송년행사를 준비 중인 주최사들은 공직자 등의 초청 여부를 두고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특정인을 지정해 초청할 경우 ‘공식행사’로 인정되지 않고, 공식 행사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제약 사항이 따르는 데다 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A 여행사는 “출입기자를 모두 다 부르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무리가 있는데 특정 미디어만 부르면 법에 저촉되니 어쩌면 좋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2월1일 “공식 행사의 다른 요건이 갖춰졌다고 할 때, 미디어 초청 범위를 합리적인 기준으로 선정한다면 공식 행사로 인정 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출입기자 전체를 초청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전문지, 잡지, 일간지 등 주최사가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초청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행사 목적과 내용, 참석 대상, 공개성, 행사 비용 등 청탁금지법에 명시된 공식 행사로서의 다른 조건을 충족한다면 공식행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혹 특정인을 지정하는 등 공식 행사가 아닐 경우엔 식사 비용을 3만원 이하로 제공하면 된다. 

사실 굵직굵직하게 큰 돈 쓰시는 분은 위에 따로 있는데 한참 아래서 커피 한 잔 들고 법에 저촉될지 셈해야하는 입장은 서럽다. 하지만, 자고로 변화는 원래 아래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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