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업협회(KATA) 2016년도 정기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정관개정 안건 처리였다. 현재의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회장 선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정기총회 안건으로 올라왔던 만큼 무난하게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11월30일 열린 정기총회 현장을 되짚었다.  <편집자주>
 
-‘혼합형 간선제’ 도입 안건 놓고 찬반 충돌
-감정적·차별적 발언까지, 표결로 부결 처리
-여행업 대변단체 위상에 걸맞은 행보 필요
 
 

‘혼합형 간선제’ 어떤 내용인가?
 
이날 상정된 정관개정에 관한 안건은 KATA 이사회에서 별도 전담팀까지 꾸려 도출한 이른바 ‘혼합형 간선제’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담팀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 서울시관광협회(STA) 등 일찌감치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 운영되고 있는 타 협회들 사례는 물론 비 여행업계 단체들의 사례도 참조해 간선제와 직선제의 장점을 혼합한 형태로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KATA의 혼합형 간선제는 어떤 내용일까? 일부 대의원이 전체 회원사의 뜻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고, 심지어 왜곡할 수 있다는 간선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대의원 수를 150명 수준으로까지 확대한 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타 협회들이 대부분 대의원 수를 50명으로 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수다.
 
KATA 이사 40명이 ‘당연직 대의원’이 되고, 10명은 항공사와 지자체 등 특별회원 중 회비납부액을 고려해 ‘특별대의원’으로 선정한다. 나머지 100명은 ‘선출직 대의원’으로 국내여행위원회·국외여행위원회·외국인여행위원회 3개 상임위원회에서 각각 배정받은 수대로 선출한다. 3개 상임위원회별 대의원 수는 각 위원회별 분담금 납부비율대로 배정한다.
 
이 기준대로 현재 기준에서 각 상임위원회별 대의원 수를 배정한다면, 국내위원회는 4%, 국외위원회는 63%, 외국인위원회는 33% 비율대로 대의원을 뽑을 수 있다. “다른 협회들이 일찌감치 간선제로 전환했음에도 KATA는 1992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직선제를 유지해왔지만, 갈수록 비용 및 운영상의 효율성이 떨어져 개선 필요성이 높다”는 게 간선제 도입의 주된 배경이다.
 
찬반 격돌…중소 회원사 결집
 
도입 배경과 내용을 살펴보면 나름의 논리와 타당성을 지녔기 때문에 무난하게 가결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논의가 지속될수록 거세졌다. 그러잖아도 소외돼 있는 마당에 자칫 대형사 위주의 운영체제가 더 고착화될 것이라는 중소 회원사들의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간선제 도입 찬성파의 자극적이고도 감정적인 언행이 더해져 이들을 더욱 결집시켰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의 KATA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에서부터 반발이 시작됐다. “연간 분담금 5,000만원을 납부하고 있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비롯해 상위 10개 여행사들의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발언에 “돈 많이 내는 여행사에 투표권을 다 주자는 것이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3개 상임위원회별 분담금 납부액 비율대로 위원회에 대의원 수를 배정한다는 것이지 개별 여행사별로 납부액에 따라 표를 준다는 게 아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대형사들도 모두 1표만 행사한다”는 점을 다시 설명하자 이번에는 “대형사도 소형사와 마찬가지로 1표를 행사한다는 평등의 원칙을 생각한다면, 큰 회사들보다는 작은 회사들이 더 많은 KATA의 현실에 맞게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발전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현 이사회 이사가 당연직 대의원이 된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도 나왔다. “일괄 사퇴하는 방식으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적에 “별다른 혜택도 없이 시간 뺏겨 가면서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렇게 원한다면 직접 해보라”는 감정적 대응까지 나왔다. “회원 300명이 투표하는 직선제나 대의원 150명이 투표하는 간선제나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은 “큰 차이가 없는데 굳이 바꾸려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전자투표라든지 다른 방식의 개선책은 과연 없었는지 되묻고 싶다”는 말과 부딪혔다. 

“총회는 모든 회원사의 축제의 장이어야지 일부 대의원에 의한 폐쇄적 회의가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자 한 찬성자는 ‘조선족 여행사’ 등 차별적 발언까지 동원하며 “현 상황에서 200개 중국전담여행사가 투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느냐”며 마치 화교·중국동포 여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간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투로 말해 심한 항의를 받았다. KATA 사무국 상근부회장마저 “현 이사회와 집행부의 노력과 공로를 인정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중립성을 잃어 야유를 받았다. 어수선한 가운데 욕설이 튀어나왔고 그에 대한 항의로 또 소란스러워지는 등 찬반 논쟁은 과열을 넘어 추태 수준으로까지 치달았다. 혀를 차며 행사장을 빠져 나간 참석자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니 찬반 투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날 참석자 중 회비완납 등의 조건을 충족해 투표권을 지닌 참석자는 160명이었으며, 이 중 117명이 찬반 투표에 참가해 반대 69표 대 찬성 48표로 정관개정 안건은 부결 처리됐다. 찬성 주장을 펼쳤던 쪽은 당황했고 반대했던 이들은 안도했다.
 
KATA에게 남겨진 과제
 
이번 정기총회는 KATA가 안고 있는 과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회원사간 화합과 결속보다는 분열과 반목이 더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집행부와 일반 회원사, 대형사와 소형사,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한국계와 중국계로 갈린 채 충돌했다. 

도중에 먼저 자리를 뜬 한 참가자는 “간선제든 직선제든 일장일단이 있고 어느 쪽이든 제대로 선택해 제대로 운영하면 그만인데 이를 두고 필요 이상으로 옥신각신하고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기 불쾌했다”며 “앞으로 회원사가 늘면 이런 문제도 더 심각해질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사는 “국내와 국외, 인바운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 여행사를 대변한다는 KATA의 위상에 부합하는 모습은 아니었다”며 “업종과 규모, 위치에 상관없이 모든 회원사를 하나로 묶고 공동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KATA가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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