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변한 게 없네요. 여행시장도 사람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중국에서 일본 호텔의 GSA를 운영하는 A업체 대표가 지난달 27일 한국을 방문해 던진 첫 마디다. 한국을 메인으로 해외영업을 하다 중국 시장이 커지자 아예 베이징에 사무실을 낸 그가 전하는 중국의 여행시장은 매일매일이 상전벽해다. 중국판 트위터라는 ‘웨이보’나 모바일 메신저 ‘위챗’, 중국 파워블로거 ‘왕홍’ 등을 활용한 마케팅은 이미 고전에 속한다. 1년도 아니고 6개월이면 새로운 마케팅 채널과 기술이 뜨고 지니 잠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최근에는 라이브 방송이 여행분야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올해 마케팅 계획도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여행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선,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골치였던 임박 예약이 크게 줄었다. 춘절 같은 명절은 이미 6개월 전에 모든 예약이 마감돼 버릴 정도로 예약시점이 빨라지고 부지런해졌다. 쇼핑한 명품 가방을 담기 위해 다시 명품 트렁크를 구입할 만큼 매장을 싹쓸이 해가던 통 큰 쇼핑도 점점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필요한 물건 1~2개 정도만 구입하는 중국관광객들이 많아져 쇼핑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유럽 쇼핑센터 관계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우리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승무원을 빼고도 2,100만 명 가량이 해외로 나갔다. 절대 인구를 고려하면 순수 출국자 2,000만 명 돌파는 굉장한 수치다. 규모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예약 과정을 비롯해 목적지와 여행 패턴도 수없이 다양해졌다. 여행자는 필요에 의해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그가 말한 ‘달라진 것이 없다’의 주어는 여행업계의 몫이다. ‘오랜만의 방한인데도 영업하기 수월해 다행’이라는 의미라지만 덕담으로만 듣기에는 불편하고 따끔하다.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우리나라 여행시장은 하나, 모두 양대 홀세일 여행사와 직판여행사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장을 하고 규모가 커지고 신문 이외의 다양한 마케팅 채널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돌아보면 시장을 리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냉정하게 지적하면 시장의 변화에 지엽적인 방어와 적응으로 안주해 온 시간이라고 평가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2017년은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기 전망은 부정적이고 환율, 대선 등 여행심리를 위축시킬 변수도 많다. 2017년이 어렵고도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우리끼리가 아닌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의 원년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해외 OTA는 올해 항공을 포함한 국내 여행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할 태세를 갖추고 있고 자본과 기술이라는 양 날개까지 장착한 중국의 행보도 심상치가 않다. 반면에 전공 공부도 바쁜 시간에 면세점이란 부전공까지 선택한 하나투어는 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르고 있고 모두투어는 지키기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경쟁에서 통할 송곳 같은 한방도 마련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이미 한국의 특수성을 내세우며 과신하던 호텔 예약 시장을 해외 OTA에 속절없이 내준 씁쓸한 경험이 있다. 그 후 외양간을 얼마나 튼튼히 고쳤는지는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인사가 덕담으로만 끝나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2017년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소는 한 번 잃어버린 걸로 충분하다.   
 
김기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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