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시장 100배 커졌는데 여행 상품은 25년전 그대로
[커버스토리] 시장 100배 커졌는데 여행 상품은 25년전 그대로
  • 여행신문
  • 승인 2017.01.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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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주년 기획  동행 사반세기, 새로운 25년을 묻다
 
1992년 8월 전격적으로 이뤄진 한-중 수교는 양국 정치·경제·외교·문화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전환을 불러왔다. 관광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한-중 수교 당시와 25주년을 맞은 2017년의 모습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1992년 8만7,000명에 불과했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00배 수준(2016년 추정치 817만명)으로 팽창했고,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수도 4만3,000명에서 100배 이상의 수준(2016년 추정치 480만명)으로 뛰었다. 이렇게 비약적으로 양국 관광교류 규모가 확대됐지만, 양적 성장만큼 질적 발전이 이뤄졌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중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부문의 현안을 점검했다. <편집자주>
 
1992년 키워드 한-중 수교
수교 기대와 단교 우려 교차
 
1992년 8월24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한-중 수교와 그 이틀 전인 8월22일 발표된 타이완 단교 발표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여행업계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중국과의 수교는 새로운 거대 관광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여행업계에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당시 동남아 관광 목적지의 중심축이었던 타이완과의 갑작스런 단교는 아웃바운드는 물론 인바운드 부문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타이완 여행상품 취소사태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영업 손실을 입은 여행업계는 벙어리 냉가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수교가 됐다고 당장 중국관광이 전면 개방된 것도 아니었다. 항공협정마저 1993년으로 넘어가면서 중국관광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여행업계는 한동안 인내해야 했다.
 
 
 
②1992년 키워드 한-중 수교
 
●연간 800만명 중국 인바운드
 
양적 팽창 뒤에 가려진 그림자

2007년 최초로 100만명을 돌파한 뒤 불과 10년 만에 800만명 시장으로 급성장한 중국 인바운드 시장은 그 성장 폭만큼 대내외 환경변화 굴곡도 심하다. 2013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인바운드 시장 자리에 오른 뒤부터는 특히 그랬다. 인두세와 쇼핑알선료 등에 의존한 초저가 덤핑상품의 폐해에서부터 무자격 중국어 가이드 문제, 숙박시설 부족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도처에서 문제점이 불거졌다. 초저가 상품 유통의 원흉으로 지목된 ‘외국인 전용 관광기념품 판매업’은 아예 폐지됐고,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중국전담여행사)’는 자격갱신 심사를 통과해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등 관리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자격을 박탈당한 중국전담여행사들이 무더기로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시장 성장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인 ‘성장통’으로 보기에는 너무 혼란스럽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의 이른바 ‘사드 배치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인바운드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급성장 추세가 무색하게 연초부터 여행사들의 단축근무와 구조조정, 폐업 소식이 줄을 이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게 타격이 집중된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인두세·쇼핑·저가 굴레 여전

자성의 목소리도 많다. 지난 9일 열린 중화동남아여행업협회(AITA) 신년인사회에서 진행된 현안 토론 때 한 참석자는 “중국의 한국행 전세기 불허 등 사드 보복으로 이번 춘절 연휴 동안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아마 최근 몇 년 중 가장 적을 것이며, 여행사들도 그만큼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비록 외부의 요인으로 빚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과연 여행사 스스로는 반성할 부분이 없는지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방한 중국인의 75%가 개별여행객(FIT)일 만큼 시장구조는 FIT 위주로 재편됐지만 여전히 단체 유치에만 의존해왔고, 신상품 개발이나 운영상의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인두세 유치와 쇼핑을 통한 보전이라는 구습에 안주해왔다는 자성이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A 중국전담여행사 대표는 “단체보다는 FIT, 인센티브, MICE와 같은 부문을 공략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대부분 재정이나 규모면에서 열악하기 때문에 엄두조차 내 내지 못하는 것”이라며 “FIT 유치를 위해 어설프게 온라인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가 돈과 시간만 날리는 경우도 숱하게 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장기적 시각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75%가 FIT…시장재편에 대응해야

정부도 단체관광 시장에 대한 점검은 강화하고 FIT 시장에 대해서는 육성책을 펼치는 방식으로 중국 인바운드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12월15일 중국 정부와 ‘한중 관광시장 공동 관리감독 협력 강화 양해각서’를 체결, 2017년부터 ‘한-중 관광시장 관리감독 협의회’를 구성하고 저가상품에 대한 공동 단속과 제재, 정보공유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반면 방한 FIT 시장에 대해서는 장기적 발전전략 도출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종합적인 연구조사 사업에 착수하는 등 육성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
 
●연간 480만명 중국 아웃바운드
 
현재도 25년 전 상품 그대로

아웃바운드 성장 규모도 거셌다. 2015년 내국인 444만명이 중국을 찾았으며 2016년에는 약 480만명이 중국을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상품’은 풀어야할 숙제다. 베이징, 상하이, 장자제, 구이린 등 초창기 인기 여행목적지에서 새로 개발한 관광목적지가 많지 않고, 같은 지역의 상품 패턴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베이징의 경우 25년 전에도 만리장성과 자금성, 이화원을 방문했지만 현재도 같은 코스로 구성된 상품이 주를 이룬다. 

물론 한 지역이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는 점을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상품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지역만을 방문함으로써 현지인보다 한국 관광객이 더 많은 현상이 빚어지고 현지 상점에서 한화를 통용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면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항공·인프라·가격…복합적 문제

수많은 관광자원을 지닌 중국이지만,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로는 인프라 구축이다. 한중 항공 노선은 운수권을 받아야 정기노선을 띄울 수 있지만 운수권 배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기편이 없는 지역의 경우 국내선을 이용해 이동하거나, 장기간 버스를 타는 일정으로 구성해야 한다. 직항 노선이 있다고 해도 현지 호텔, 관광지는 물론 도로 상황 등이 따라주지 않으면 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비해 해당 상품을 찾는 소비자는 많지 않으니 적극적인 개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로는 현지 여행사에서 직접 신상품을 개발해 한국 여행업계에 제안하기도 하지만 이제 막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의 상품개발은 상대적으로 지상비가 높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상품 가격으로 이어지고,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상품을 비싼 가격으로 이용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홍보 활동을 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똑똑한 소비자…중국도 FIT로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을 잡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자유여행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행업계의 대응은 부족하다. 특히 중국 여행 경험이 있는 젊은층은 항공, 호텔 등을 별도로 구매하는 자유여행 형태로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 현지 물가와 여행 일정 등의 정보를 다양한 채널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자유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언어 역시 모바일 음성 번역 등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그 역시도 2명 이상이면 별지 비자로 비교적 저렴하게 발급 받을 수 있다. 현지 물가를 파악하고 모바일의 힘을 빌리면 자유여행도 전혀 어렵지 않은 셈이다. 중국전문 A여행사 관계자는 “10년만 두고 봐도 소비자들의 여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됐다. 지식의 정도가 깊어지고 전문화됐다”며 “물론 여전히 중·장년층의 수요가 많은 중국이지만 앞으로는 젊은 FIT를 잡을만한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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