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 둔화 등으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비스 부문 위축도 거론하며, 국내관광은 둔화된 반면 해외여행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광 활성화 대책을 제시했다. 여행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소비 진작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매월 금요일 중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해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하되, 월~목요일은 30분씩 초과 근무하도록 한다는 발상만큼 현실감이 없다는 반응이다.

오죽 급했으면 이미 한두 번 내왔던 음식을 또 내왔겠느냐는 냉소도 있다. 봄 여행주간을 확대해 국내관광을 활성화하고, 이 기간 중 숙박·교통 등 여행편의를 대폭 제고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발굴하겠단다. 마치 이번에 처음 마련한 듯 거창했지만 작년에 다 발표했던 내용이다. 지역축제와 연계한 봄 여행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봄철 휴가 사용을 권장하겠다는 계획 등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호텔·콘도가 객실요금을 ‘현행가 대비 10% 이상 인하’하는 경우 해당 부동산 재산세를 최대 30% 경감하겠다는데, 현장에서 실제 객실 요금이 어떻게 책정되고 운영되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답답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동남아 단체관광객의 비자발급 수수료를 2017년 말까지 면제하겠다는 대책 역시, 도대체 몇 번을 우려먹겠다는 말인지…. 속초항 입항 시설을 보강하고 접안가능 시설을 확대하겠다는 크루즈 산업 활성화 대책도 재탕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해외 골프수요를 국내로 전환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국민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검토하겠다고 미뤘다.  

이번에도 ‘여행업’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시니어 관광카드’를 도입해 실버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나 정해진 기간 동안 기차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내일로’ 티켓 이용가능 연령을 확대하겠다는 계획 모두 여행사들에게는 별 상관없는 얘기였다. 방한 중국인 개별여행객 확대 추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대목은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인바운드 여행사에게는 오히려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재탕삼탕 정책에 현장감 잃은 대책으로 과연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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