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변수는 시간이다. 일상을 떠나 꿈같은 휴양을 즐기고 있노라면, 돈을 주고서라도 시간을 사고 싶은 심정이 울컥 올라온다. 그러나 때로는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던 시간은 어느새 사라지고, 원치 않는 종이 한 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달 캄보디아 출장을 갔을 때였다.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경유지에서 기존 대기시간보다 무려 4시간이 늘어난 6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돌아온 건 공항 내 음식점 바우처 한 장. 결국 일행들과 함께 사비로 라운지를 이용하며 항공편을 기다렸다. 캄보디아를 가는데 12시간이라니, 일행
나는 “원래 그래”라는 말을 싫어한다. 대개 ‘원래 그런 것’은 당신이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결하게 정리된 한 마디에 위압감마저 감돈다. 최근 주한외국관광청의 한국사무소 재입찰 소식이 한창이다. 현재 입찰 과정에 있는 관광청만 5~6곳으로 여럿이다. 일단 관광청 입찰 공고가 뜨면 국내 마케팅 에이전시들의 경쟁과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어느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지,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 해볼 만한 싸움인지 아닌지 수소문하느라 바쁘다. 그중에서 섬들은 유독 소란스럽다. 최근 5년 내 한 번쯤은 계약
여행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다. 관광청 직원들이 웹사이트에 정보성 콘텐츠를 채워 넣으면서 ‘각종 SNS가 있는데 이걸 누가 볼까요’라며 종종 물어온다. 그럴 때마다 조회수도 중요하지만 해당 정보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답한다. 그들이 남기는 정보가 일반 여행자들의 것보다 더 유용한 자료라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광청의 정보는 일반 여행자들로부터 재가공 돼 온·오프라인 곳곳에 뿌려진다.마찬가지로 여행사도 상품 홍보를 위해 각종 콘텐츠를 제작한다. 최근에는 영상에 힘을 많이 쏟고 있는데,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조회
일본의 무역보복과 일본 보이콧 등으로 사회 전반이 어수선하다.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일본여행 예약취소는 물론 신규 예약 급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많다. 인바운드 부문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지금 한창 들어와야 할 가을철 인센티브나 여행견적 문의가 뚝 끊겼다. 한숨만 커졌다.각종 한일 교류행사들도 위태롭다. 여행업계에서는 8월말 인천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관광장관회의’를 두고 걱정이 크다. 3국간 관광교류 활성화를 위해 3국이 번갈아가면서 개최하는 관광
여행업계 전문용어인 ‘팸투어’는 영어로 ‘Familiarization Tour’의 줄임말이다. 관광청이나 항공사, 호텔 등에서 여행지와 상품 등을 홍보하고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행을 판매하는 관계자들을 초청해 직접 시설을 둘러보고 경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자리로 해석한다. 홍보와 판매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미디어나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SNS에서 팔로우를 하고 있는 타이완의 한 여행기자가 부산으로 팸투어를 다녀갔다고 했다. 며칠 동안 그녀가 올린 게시물을 보아하니, 그녀
여행이 업이니 여행이 일상이다. 고향집보다 인천공항을 더 자주 가는 것 같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출장이 대부분 주말을 끼고 있다 보니, 가끔 피로가 누적될 때는 여행의 설렘보다 다음 날 출근에 대한 체력적인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워라밸 열풍은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 줄 모르는데, 여행업계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얼마 전 출장을 갔을 때였다. 현지 공항에서 일행들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바로 일요일. 화두는 ‘내일의 출근 시간’이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답변은 다양했다. 인천에 새벽 6시
출장 갈 때마다 ‘카메라 바디는 몇 개, 렌즈는 어떻게 가져갈까. 삼각대는?’이라는 고민이 든다.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싶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다보면 어깨에 짊어지는 가방의 무게는 위탁수하물보다 부담스러워진다. 그러나 지난 출장에서 가방 무게만큼의 큰 허탈감도 느꼈다. 최신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과 그 결과물이 웬만한 카메라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만 신경 쓴다면 누구나 똥손이라는 오명은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이런 환경임에도 여행사 상품 페이지의 사진들은 간혹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첫 화면은 클릭을 유도하는 화
이번 휴가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은 게 있으니, 바로 ‘직거래의 힘’이다. 여행에도 직거래가 있다면 얼리버드며 라스트 미닛은 물론 가격 비교마저 무의미할 수 있겠다 싶었다. 우선 이번 휴가의 목적지는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였다. 출발 직전까지 조지아에 대한 계획은 백지에 가까웠고 결국 여행 중 필요한 숙소나 투어는 현지에서 결정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런데 의외의 수확은 여기에 있었다. 와인 투어를 하고 싶었지만 액티비티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당일 투어는 1인당 20만원을 호가했는데, 나는 조지아의
한동안 ‘위력’이란 단어가 뜨거웠었다. 사전적으로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라고 풀이된다. 중국집에서 상사가 ‘마음껏 먹으라’ 하고선 짜장면을 시켰을 때 감히 탕수육을 주문하지 못하는 이유, 상사가 동행을 권한 주말 등산 때문에 약속을 깨버리고 산을 오르는 이유. 그에게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6월, 여행업계를 달군 큰 이슈 중 하나로 SBS에서 보도된 하나투어의 랜드 미수금 사건이 있다. 하나투어는 방송이 끝난 뒤, ‘랜드사에 압박이 되는 마케팅을 철저히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토 중이던 홈쇼핑도 보류하기로 했다. 속으로
요즘 일본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발길이 주춤함을 넘어 뒷걸음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여행지로서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적인 성장을 해왔기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멈출 것 같지 않았던 거침없는 성장세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춤거리더니 올해는 마이너스 늪에 빠졌다. 2월에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는 소폭의 플러스 성장률(+1.1%)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계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4월에는 마이너스 폭을 두 자릿수(-11.3%)로 키우더니 5월에도 뒷걸음질 쳤다. 5월 방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통과되며 순조롭게 진행되던 IATA 총회에서 순간 정적이 흘렀다. 국제항공 탄소감축계획인 코르시아(CORSIA) 결의안이 통과되려던 순간에 이의가 제기된 것이다. 중국 항공사를 대표해서 중국동방항공이 손을 들었다. 탄소 배출 관련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결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탄소감축계획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통과됐다.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기란 쉽지 않다. 지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 또한 리스크가 있는 법이다. 관광 산업과 환경도 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경험을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뚜렷하다. 지금처럼 고객의 여행 횟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여행 업계는 그 차이를 더 크게 실감한다. 여행사 직원의 경험이 고객보다 뒤떨어진다면 판매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고 직원의 여행 경험과 상품 판매의 연관성은 앞으로 더욱 밀접해질 것이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 트렌드는 해외 각국에서 진행되는 트래블마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업체 간의 미팅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팸투어를 제공하고, 미팅이 진행되는 곳 이외의 장소에도 체험 공간을 조
“어느 태국 랜드는 노옵션, 노쇼핑 상품으로만 한 달에 500명을 받는다고 하던데요.”몇 달을 노노상품(노옵션, 노쇼핑)에 대해 긴가민가 하던 여행사 관계자의 말이었다. 세태가 바뀐 것은 같은데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 노노상품을 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었단다. 저 말을 듣고서야 심증만이 아니란 걸 확신했다고.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패키지가 달라지고 있다. 철옹성에 둘러싸인 양 고집스럽게 지켜졌던 쇼핑과 옵션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것이 체감 상 가장 큰 변화다. 물론 이전에도 프리미엄, 명품 등의 타이틀을 건 노노상품이
최근 리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한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이미 구매해서 사용해본 사람들이 남긴 리뷰를 꼼꼼히 살피는데 단 한 줄의 리뷰도 마음에 걸리는 사항이라면 선뜻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리뷰는 구매 결정에 있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여행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행사를 슬프게 만드는 리뷰를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먼저 A의 항공권 발권 후기는 대략 이렇다. 자신은 B항공사를 통해 삿포로행 항공권을 발권했는데 공항 카운터에서 여행사 그룹 항공권을 구매한 사람들은 키오스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가 매 분기별로 발표하는 관광사업체 통계를 놓치지 않고 살핀다. 여행사 등록건수 추이를 국외·국내·일반여행업 3개 세부 업종별로 살펴볼 수 있어서다. 여행사 수는 여행업황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물론 여행업 경쟁수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해서 관심이 높다. 최소한 최근 몇 년 동안 여행사는 계속 증가해왔다. 그래서 매 분기별 발표 자료를 열어보기 전에 드는 생각은 늘 ‘이번에는 얼마나 늘었을까’였고, 결과는 그 궁금증에 호응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여행사 등록건수가 전분기와
오랜만에 찾아온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우다 머리가 복잡해져 노트북을 꺼버렸다. 과거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가이드북이 여행 정보의 전부였다니,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고충이 생겼다. 물밀 듯이 쏟아지는 정보에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수많은 여행 정보를 엄선해 여행 계획을 짜는 일은 쉽지 않다. 지난 3월 호텔스닷컴이 전 세계 7,800명을 대상으로 ‘휴가 계획’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가 계획을 세우는 일이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
우리는 일상에서 흔하게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호텔에선 당연히 10%를 지불하고, 고가 레스토랑의 비싼 음식 값도 종업원들의 세련된 접객이 포함된 것이라며 너그럽게 인정한다. 그러나 항공, 교통, 호텔, 관광지 등 수많은 정보를 종합해 수십 분에 걸쳐 제공하는 여행사 상담 앞에선 너무나 박하다. 여행상담 뿐만 아니라 많은 서비스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가운데 JTB의 여행상담료 징수 뉴스는 반가웠다. 여행 정보 및 여행사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 방송의 보도 직후 야후 재팬, 익
어머니는 유튜브에서 7080 음악을 듣고 동생은 웹드라마를 시청한다. 나는 요즘 빗소리 ASMR을 켜놓은 채 잠에 든다. 업계 지인은 유튜브에 올릴 영상 편집 기술을 유튜브에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튜브는 우리의 일상에 완벽하게 젖어든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다. 인기 유튜버의 영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유튜버의 수입이며 조회수에 대한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때문에 여행업계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여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채널은 없어 보인다. 벌써 수 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왜일
항공권을 구매할 일이 있어 여러 채널을 둘러봤다. 여행사 사이트를 순회하고, 메타서치 채널을 하나하나 비교했다. 같은 날짜의 같은 구간, 그리고 같은 항공사임에도 여행사별로, 메타서치 채널별로 몇 천원에서 수 만원 단위로 가격이 달랐다. 매력적인 가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항공권을 구입한 곳은 여행사나 메타서치 채널이 아니었다. 항공사 사이트였다. 어느 채널에서도 나오지 않던 가격이 항공사 사이트에 떴기 때문이다. 해당 항공사의 가장 저렴한 가격이 나왔던 스카이스캐너와 비교해도 수 만원 차이가 났다. 예전처럼
4월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내 나라 인생야행’을 주제로 열린 ‘2019 내나라 여행박람회’는 자기 지역의 여행매력을 홍보하려는 전국 각 지자체의 열기로 가득했다. 정부 지원 아래 국내여행을 주제로 열리는 유일한 여행박람회였으니 당연했다. 특히 2019년을 스스로 ‘방문의 해’로 설정했거나 정부가 ‘관광도시’로 지정한 곳들은 더욱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서로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방문의 해나 관광도시임을 내세우고 자기 지역을 알렸다. 하지만 여러 지자체가 비슷한 마케팅을 전개하다보니 관람객 입장에서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