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부 깊숙이 봄이 흘러 들어온다. 달콤한 향내로 나른한 듯 취한다.●봄꽃 사이로 산책을생기 넘치는 곳, 상효원빨강, 분홍, 하양. 상효원의 봄은 알록달록한 색감을 뽐내는 꽃들의 향연으로 가득 채워진다. 한라산을 닮은 지붕의 건물을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면 작은 화환을 든 피터 래빗 형제가 인사를 건넨다. 관람로를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귀여운 조형물들이 선물처럼 등장한다.담팔수로 이뤄진 작은 숲길을 지나 곶자왈 지대로 들어간다. 이끼와 암석 틈바구니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린 곳. 울창한 숲과 계곡이 원시림의 분위기를 풍긴다. ‘벨롱벨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거제지구 최남단에 있는 섬이다. 어느 하나 빠뜨리기엔 아쉬운 우리나라 대표 섬들. 이왕에 나선 걸음, 두 섬을 한데 묶어 인생 여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섬 캠핑의 성지매물도폐교터에 자리한 텐풍 명소매물도 당금마을에 있는 야영장은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 폐교터에 자리하고 있다. 짙푸른 남해를 전면에 펼쳐둔 이곳은 캠핑을 조금이라도 해 봤다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의 장소로 꼽힌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발한 입지를 자랑하기 때문. 여느 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너른 평지에 잔디까
완주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건축기행’.그 속에는 문화예술, 한옥, 종교가 담겼다.완주의 시간이 녹아든 공간들.여기 다 모았다.●지나간 시간의 새활용비비정예술열차끊겼던 철길을 문화로 다시 이었다. 만경강 철교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든 ‘비비정예술열차’. 열차는 레스토랑과 아트숍, 카페, 테라스로 구성돼 있다. 완주군에서 4량짜리 새마을호 폐열차를 구매해 리모델링 했는데, 더 많은 사연이 있다.만경강 철교는 일제강점기에 호남평야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1928년 7월에 지어졌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2011년, 누구도 지나다니지
여행‧항공 산업과 관련된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완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 행사‧집회, 종교활동 등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된 모든 조치는 18일부로 해제됐다. 출입국 제한 조치에 밀접한 영향을 받고 있는 여행‧항공 분야는 어떨까. 해외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면제하고는 있지만 백신 접종 완료, PCR 음성확인서 제출 등 조건은 여전히 타이트한 편이다.4월 현재 해외입국자는 입국 전 코로나19 PCR 검사 1회, 입국 후 1일차 PCR 검사, 6
어린이와 어버이, 스승과 부처.모두를 모시는 가슴 따뜻한 5월. 가정의 달을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강화도로 향했다.●짜릿한 스피드, 루지강화 씨사이드 리조트강화 씨사이드 리조트는 루지와 푸드코트, 산책로, 전망대 등을 갖춘 복합테마파크다. 주인공은 단연 루지다. 루지는 1984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선보인 중력을 이용한 놀이기구다. 우리나라에는 루지 체험장이 2017년을 기점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강화 씨사이드 리조트도 그중 하나다.이곳에서는 해발 335m 길상산에 설치된 1.8km의 두 트랙을 즐길 수 있다. 스카
내 나이 여든 둘. 제주 바다에 발을 적시니,또다시 마음에 젊음이 깃든다.●귀족이 된 아침“엄마, 백신 접종 완료 기념으로 제주도에 다녀올까요?” 큰 딸의 제안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다리 못 쓰면 가고 싶어도 못 가요.” 나보다 더 망설이던 남편과 함께, 등 떠밀리듯 도착한 김포공항. 6월 중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50분간의 탑승시간. 그래도 비행기 타는 기분은 예나 다름없이 설렘이다. 고단하게 묶여 있던 일상을 풀어 버리니, 흰 구름 뒤로 낯선 해방감이 흐른다. 제주 앞바다가 손짓한다. 엄두가 안
초록빛, 분홍빛, 노랑빛.김천의 봄은 유독 진했다.●봄과 여름, 그 사이의 초록빛구성면 양파밭 김천은 어느 계절이든 짙다. 연중 해가 좋기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산과 평야가 적절하게 섞여 있고 수량이 풍부해 토질도 비옥하다. 김천에서 나고 자란 과채들은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대표적으로 샤인머스캣이 있다. 김천은 샤인머스캣의 최초 재배지다. 당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함이 ‘맛있다’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형용하기 아까운 풍미를 지니고 있다. 자두, 참외도 빼놓을 수 없다. 자두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27% 정도가
여행이 주는 감동은 거리에 비례한다고 했던가? 대체로 동의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데에 한 표. 자연환경이 아름다우면서도 걷고 캠핑하기에 딱 좋은 섬, 곁에 있어 좋은 섬. 수도권에서 가까운 장봉도가 좋은 예다.●갯티의 섬, 장봉도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여객선에 오르면 30분 만에 장봉도에 닿는다. 1시간마다 있는 여객선 승객의 반은 경유지 섬, 신도에 내린다. 신도, 시도, 모도는 다리로 연결돼 1타 3피의 섬 여행을 할 수 있다. 2025년이면 신도와 영종도 사이에 다리가 놓인다. 섬다운 섬의 시절도 얼마 남지 않았으려
내 생애 가장 높은 일주일 오르기 전까지 상상하고,내려와서는 수십 번 새기고, 살아가면서 수백 번 떠오르는 곳. 안나푸르나에서의 일주일은 그렇게 아로새겨졌다. 전초기지, 포카라포카라(Pokhara)는 네팔 제2의 도시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선 이집트의 ‘다합’과 파키스탄의 ‘훈자’와 더불어 세계 3대 블랙홀로 잘 알려진 곳. 도무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붙은 별명이다. 네팔어로 호수를 뜻하는 ‘포카리’에서 유래된 지명처럼 도심 서쪽에는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페와 호수(Fewa Lake)가 자리한다. 도심 북쪽으로는 세
2012년 개정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은 사업서비스업을 삭제하고 대신에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과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을 신설했다. 2007년 개정된 9차 한국표준산업분류의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2012년 개정 전의 사업서비스업은 9차 한국표준산업분류를 통해 대분류 항목으로 신설된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과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을 의미한다.시행령은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을 영세율 적용대상 사업으로 규정하면서도 그에 속하는 여행사 및 기타여행보조 서비스업은 영세율 적용대상 사업
꼼치는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다 산란기인 12~3월이 되면 얕은 연안으로 올라와 잡힌다. 못생기고 탄력 없이 흐물거리는 살을 가진 이 생선은 동해에선 곰치, 남해에선 물메기라 불린다. 여전히 바람이 차갑던 어느 날, 통영 추도로 향했다. 봄이 오기 전 별미 물메기탕 한 그릇을 꼭 먹어야 했기에.●물메기 없는 물메기섬어느 오후, 통영항에서 추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봄이 코앞에 와 있지만 여전히 날씨는 추웠고 바닷바람은 거칠었다. 추도는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14.5km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위치상으로는 미륵도, 사량도, 두미도,
A의 도시, 강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마치 ‘A’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A로부터 초대장이 왔다. 집결지는 A의 머리다. ●강진군 병영면강진의 생가전라병영성지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은 강진의 발상지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영면의 중심에 있는 ‘전라병영성지’가 그 주인공이다. 전라병영성지는 1417년에 초대 병마절도사 ‘마천목’이 축조하여 1895년 갑오개혁까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 총 지휘부였다.강진현(康津縣)이라는 지명은 당시 도강현(道康縣, 병영면의 고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