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란 말이 있다.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명언이라고 잘못 알려진 말인데, 뜻인 즉슨 “유명하기만 하면 뭘 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여행업계에 적용한다면 “일단 규모를 키워라”가 적절할 것 같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중간만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딱 1년 전 여행업계에서는 단품 플랫폼이 트렌드였다. 중소형 여행사가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B2C로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단품 플랫폼을 만드는데 뛰어들었다. 한 다리 건너면 누군가는 이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제휴를 늘려 공급자를 늘리고 그에 상응해 소비자가 늘어나면 성공할 거란 기대로 가득했다. 

하지만, 딱 1년이 지난 지금 단품 플랫폼 시장에서 누구도 ‘성공했다’ 말하기 어렵다. 시작할 때의 기대와 달리 규모는 동일하거나 오히려 축소됐거나 소리소문 없이 사업을 접은 게 다반수다. 그 이유를 한가지로 대답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 중 하나에는 분명히 규모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플랫폼을 만들었던 한 관계자는 “개발을 다 마치고 팔려고 들고 다니는데, 글로벌 OTA니 뭐니 대형사들과 경쟁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숫자(가격)를 보고 느꼈다”며 “그래서 접었다”고 말했다. 잊을 수 없는 표정 중 하나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규모의 경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원리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셈이니까 말이다. 단품 플랫폼으로 첫 수를 던졌던 투어벨이 5월부터 패키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종이 완전히 변한 것이다. 한 주에 1~2회씩 홈쇼핑을 진행하면서 물량을 큰 폭으로 키워가고 있다. 신생 여행사가 항공 좌석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정을 홈쇼핑을 통해 큰 실적을 만드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투어벨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 우회해 돌아가던 아예 패키지로 선을 긋던 어쨌든 우선 규모를 키워 가려는 시도는 더없이 현실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살아남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먼저인지, 규모가 먼저인지는 가를 수는 없겠지만 둘 중 하나는 필수 항목일지도 모른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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