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신문에서도 매일 접할 수 있고, 수많은 책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룬다.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하니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를 누구도 명쾌하게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면, 지금 우리는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인데 그게 과연 무엇인지, 정말 그런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낯설게 느껴지는 개념과 용어, 거기에 당장이라도 4차 산업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일부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당황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 또한 작년에 공저 <빅 픽처 2017-4차 산업혁명과 고립주의의 역설>이라는 책을 썼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그 개념-머지않은 미래에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한다-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을 위시해 세계의 학계와 공공기관, 민간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 유비쿼터스,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유전공학, 신경기술,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 좁게는 개인의 일상생활부터 넓게는 세계 전반에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런 변화는 서비스업인 여행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여행에서만큼은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받은 언론인이자 작가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Self-Driving People, Enabled by Airbnb’라는 칼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다면 ‘자율주행 인간(Self-Driving People)’도 있다고 썼다. 프리드먼은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사람들이 생면부지의 남에게 남는 방을 빌려줄 만큼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플랫폼을 창조했으며, 자동차 제조업체가 무인자동차를 꿈꾸는 동안 ‘자아실현(self-driving) 인간’의 성취를 꿈꾼다”고 말했다. 또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고의 일자리 창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로써 서민들은 남는 방을 빌려주는 일종의 직업인이 됨으로써 자아실현 인간에 성큼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썼다. 

프리드먼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기계와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한 해답을 에어비앤비와 같은 혁신적인 플랫폼이 제시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여행할 때 기계와 기술은 제공하지 못하는 정서적인 면을 훨씬 중요시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집을 찾은 투숙객에게 대부분의 주인들은 “방이 마음에 들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요리 솜씨가 뛰어난데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드릴까요?” 또는 “제가 역사에 대해 조금 아는데, 저와 함께 시티투어를 하실래요?”라는 말을 건넨다. 이런 체험은 기계와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숙소 예약은 물론 수많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를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루카와 로렌초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이탈리아 요리를 정말 좋아해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를 도와 요리를 했죠. 그리고 마침내 러브x푸드(Lovexfood)라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한 사람당 152달러를 지불하면 7명씩 짝을 지어 이탈리아 피렌체 교외에 자리한 유명한 키안티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를 찾아 ‘교외의 숲에서 파스타 만들기’에 참가할 수 있다. 더블린에서는 한 사람당 85달러를 지불하면 시내에서 가장 야경이 멋진 곳에서 사진가 존이 야간 사진 촬영법을 알려준다. 이후 스튜디오로 이동해 사진의 편집과 보정을 도와준다. 런던에서는 한 사람당 84달러를 지불하면 3시간 동안 깃털이나 꽃, 레이스를 이용해 밀리너리(영국 전통 여자 모자) 전문 디자이너인 사라와 특별한 ‘밀리너리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손가락 크기의 샌드위치를 포함해 영국 전통의 아침 식사와 모둠 케이크’도 제공한다. 쿠바 하바나의 리 마빈은 한 사람당 35달러를 지불하면 게스트 5명과 함께 3대3 길거리 농구 경기를 하게 해준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십대인 제 아들이 이 트립에 참가했는데,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어요. 이런 경험은 쿠바의 문화를 제대로 줄기는 멋진 방법입니다.” 쿠바인이 하룻밤에 버는 175달러는 에어비앤비 수수료를 제하고도 만족할 만한 액수다.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여행업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 각 지역의 특성과 장인정신, 인간의 재능을 활용하는 커뮤니티에 그 기회가 올 것이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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