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키워드_무급휴가
 
2008년 9월 미국의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듬해 2009년까지 여행산업을 크게 위축시켰다. 한국 여행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급휴가와 휴·폐업 등 감내해야 할 고통도 컸다. 2017년, 그 고통이 중국 인바운드 업계에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사드보복’과 ‘북핵 위기’ 탓이다. 전문 인력 이탈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편집자 주>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안될 지경 
 
“161개 ‘중국 전담 여행사’에 연락을 했는데 거의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이들을 유치하는 여행사들도 대부분 휴업이나 폐업 상태에 빠져 연락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금기형 관광정책관 부임에 맞춰 9월7일 열렸던 간담회에서 한국여행업협회(KATA) 배영창 국장은 ‘연락두절’이라는 표현으로 중국 인바운드 업계의 현황을 전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한국여행 금지령(금한령)이 6개월을 넘긴 현재, 과연 이들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중국전담여행사)’들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게 KATA의 계획이지만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KATA 인바운드 부문 책임자인 서대훈 부장은 “161개 중 2곳이 줄어 현재 중국전담여행사 수는 159개사로 줄었다”고 전하고 “우선 연락이 닿은 곳부터 미팅 일정을 잡고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10월말까지는 159개 중국전담여행사 전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상황을 파악해 그에 따른 지원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실시했던 중국전담여행사 경영실태조사와 맥락이 같다. 당시 조사 결과를 토대로 KATA는 정부에 인바운드 여행사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요청한 바 있다. 4월 조사 결과, 사업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에 머물렀고, 나머지는 휴업(26%), 단축근무(11%), 폐업(1%)했다고 답했다. 열 곳 중 네 곳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던 셈이다. 직원 고용 상황은 더욱 위태로웠다. 직접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비율은 27%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휴직(34%)에 들어갔거나 퇴사(29%)했으며, 다른 팀으로 전환배치(10%)됐다. 휴직 예상 기간도 평균 3.5개월로 비교적 길었다. 
 
●이직했으면 차라리 행복, 대부분 떠나
 
4월보다 오히려 대외 여건이 더욱 악화된 만큼 이번 조사는 더욱 참혹한 결과를 안겨 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소재 한 중국전담여행사 대표는 “제주에서는 그 많았던 여행사들이 모두 문을 닫고 현재는 3곳만 작으나마 활동하고 있다”며 “언제 시장이 정상화될 지 가늠할 수도 없고,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원래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전문 인력 이탈 문제도 한층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중국전담여행사에서 근무하다가 사드보복 이후 ‘어쩔 수 없이’ 동남아 전문 인바운드 여행사로 옮긴 한 직원은 “처음에는 무급휴가에 들어갔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무급휴가도 소용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이직을 하게 됐다”며 “이직이라도 했으면 행복한 경우이고, 대부분은 회사가 영업을 중단하니 어쩔 수 없이 업계를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사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중국전담여행사 거의 모두가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에서 손을 뗐으니 관련 인력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라고 보면 맞다”며 “그나마 FIT(개별여행객) 유치 기반을 갖췄거나, 타이완이나 홍콩 등 다른 중화권 관광객 유치 기반이 있는 몇몇 업체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화돼도 문제…근본대책 절실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KATA가 올해 4월 중국전담여행사를 대상으로 각사가 보유한 관광통역안내사(프리랜서 및 전속 모두 포함) 관리현황을 물은 결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비율은 34%에 머물렀다. 반면 타국 관광객을 안내한다(23%), 퇴사 또는 이직했다(25%), 중국으로 귀국했다(18%) 등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금은 비정상적 응답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공산이 크다. 

3월15일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금지령이 발효되면서 일감을 잃은 중국어 가이드들은 생존을 위해 타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홍콩·마카오·타이완 등 중화권은 중국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충격이 적지만 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한계였다. 유력 대체 시장으로 부상한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곳 역시 언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여의치 않은 점이 많다. 대부분 ‘시팅 가이드’로 활동하며 생계라도 유지하겠다는 속내였지만, 엄연한 불법 행위라는 리스크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가이드들과의 충돌과 마찰도 걸림돌이다.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김강열 사무국장은 “사드보복 조치 초기에는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들의 회원현황에 대해 조사한 바 있지만 지금은 조사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그렇다고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만큼 장기적이고 미래전략적인 시각에서 FIT 대응강화, 여행사 의존도 낮추기 등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처우개선과 안정적인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말했다. 

여행사와 관광통역안내사에서 끝나지 않고 면세점과 쇼핑센터, 관광식당, 호텔 등으로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장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 인바운드 부문에 이어 중국 인바운드 부문도 유치 기반과 근간이 무너졌다는 걱정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이면 사드보복 문제가 해소되고 시장이 정상화되도 인력이 없어 대응할 수가 없다는 걱정도 많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가 너무 커서 엄두가 나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인바운드 시장의 체질개선과 전문인력의 안정적 고용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게 인바운드 업계의 지적이다. 

 
리먼 사태가 부른 여행업계 혹한기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행업계에도 한파가 불었다. 여행인들의 고통도 컸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여행사들의 무급휴가 조치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거나, 하루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사례 등도 나왔다. 무급휴가에 근무시간 단축은 임금 삭감으로 이어졌다. 10~40% 수준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일도 예사였다. 매달 실적에 따라 급여를 조정하는 전통적인 급여체제마저 무너졌다. 견디지 못한 여행인들이 하나 둘 여행업계를 떠나기 시작했다. 여행사 규모도 덩달아 축소된 것은 물론이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여행업계 구조와 인력 관리 시스템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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