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장이 확장의 확장을 거듭하면서 소비자의 권리도 재조명되고 있다. 판매자인 항공사, 여행사의 약관 앞에 무력했던 여행자들은 차근차근 이뤄진 제도 개선을 통해 제 권리를 찾아가고 있다. 판매사 사이에서도 균형잡기가 한창이다. <편집자주>

-작년부터 취소·환불 표시 미흡 등의 이유로 단속 나서
-<가이드>에선 ‘소비자 주의’만 강조…제도적 보호 미흡
-얼리버드 환불불가 두고 국내사 ‘역차별’, 경쟁력 하락
 

●호텔 판매 뒤적이자 문제점 ‘우수수’
 
해외 온라인 여행 사이트의 불공정 거래가 도마에 오른지는 한참이다. 복잡한 거래 과정, 눈속임 가격, 부족한 사후처리 등 거래 전반에 대해 소비자의 불만이 쌓여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호텔’ 부문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해외OTA가 호텔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녁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대상이 무엇인지도 명확해 보인다.
 
2010년대 초반 국내 시장에 하나둘 진입하기 시작한 이래 해외 OTA는 지금까지 국내 사정과 무관하게 영업을 진행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진입 초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시장에 젖어드는 방식의 마케팅을 펼친 덕도 있다. 국내 업체에 시선이 고정돼 있는 동안 이들은 제약도 없이 빠르게 세를 확장했고,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른 지금에서야 본격적인 손보기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7년 9월1일 ‘해외 호텔예약 사이트 취소 환불 표시 미흡, 피해 유의해야’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에 대해 요금의 총액 표시, 숙박요금 결제시점 표시, 취소 환불 정보제공 등의 세부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14일에는 공정위가 같은 해외 OTA에 대해 ‘환불 불가 요금에 대한 시정권고’를 내렸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내보냈다. 이어 소비자원은 28 페이지에 달하는 <해외 항공 호텔 예약 가이드> 리플릿을 제작했다고 올해 1월10일 발표했다. 

이번에 제작·발표된 리플릿에는 최근 2년간 1372 소비자상담센터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주의사항과 예방법이 담겨있다. 항공과 호텔로 구분해 구체적인 설명이 겻들여진 덕에 이 분야의 기본적 개념을 전달하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가 설명된다는 데서 좋은 반응이다. 하지만 리플릿에서 제시하고 있는 피해 예방 방법이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명쾌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심지어 판매사의 과실이 분명한 사례(실제하지 않는 숙소 예약 등)에도 제도적으로 가능한 소비자 보호 방안 대신, 사전에 예약할 호텔을 검색해야 한다는 예방법을 설명한다. 뒤집어보면 해외 OTA를 완벽히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한 셈이다. 

총액표시제도 국내 여행사에는 진작 도입됐지만 여전히 해외 OTA는 들쑥날쑥이다. 중요 정보인 취소 환불 정보도 고지 방식이 제멋대로임은 물론이다. 리플릿에 쓰인 사례들의 대부분이 중요한 정보의 부재 때문에 생긴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몇 가지 교정만으로 많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환불불가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해외 OTA가 국내 시장에서 요리조리 제약을 피해 다니는 동안 반대로 국내 여행사들을 제약하는 그물은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 여행과 관련된 약관 수정부터 총액표시제, 환불 수수료 등 영업 전반에 걸쳐 긴 시간 동안 수정과 보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는 부분인 호텔 환불불가 요금에 대해서는 오히려 국내 여행사에 대한 역차별 주장까지 나올 정로로 논란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외 OTA를 조사해 환불불가 요금이 소비자에게 불합리하다며 조정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여행사와 ‘체크인까지 120일 이상 남은 상품은 취소 및 환불이 가능하다’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의 선택지는 호텔을 설득해 환불이 가능한 얼리버드 요금을 내놓거나 환불요구시 여행사가 부담을 하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하는 3가지 경우로 좁혀졌고 하나투어와 인터파크 등은 판매 중단을 선택한 상황이다. 

반면에 공정위의 환불불가 요금에 대한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해외 OTA는 여전히 120일 이상 남은 호텔의 환불불가 요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기준(2018년 6월8일부터 6월12일까지, 객실 1개, 성인 2명, 지역 방콕)으로 국내 OTA와 해외 OTA를 비교할 경우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1월10일 기준으로 샹그릴라 방콕 호텔의 하나투어 최저가는 무료 취소 가능 조건으로 20만7,010원이다. 반대로 아고다에서는 환불불가 조건으로 18만1,049원이다. 1박 단가로는 2만5,961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앞서 설정한 대로 4박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10만3,844원 차이가 난다. 

국내와 해외 OTA에 공통적으로 권고안이 적용되지 못해 생긴 불균형이다. 국내 OTA는 상대적으로 가격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가격의 경쟁력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다. 손해를 감수하고 얼리버드 환불불가 요금의 판매 중단을 여행사가 결정한 이유는 애초에 해당 상품을 판 뒤 취소 사태가 발생했을 때 호텔이 아닌 여행사가 전액을 물어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불불가 요금에 대해 명확한 표기가 되어있지 않은 채로 특가를 판매하는 해외 OTA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OTA는 더욱 불리한 위치다. 공정위는 환불불가 정책을 손보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적용 시점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외 OTA와의 협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애초에 환불불가 등 중요 정보에 대한 ‘표시’ 문제가 아닌 ‘판매’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도 불만이 상당하다. 중개업자는 원천 공급자가 설정한 조건에 맞춰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일 뿐, 해당 상품의 조건을 변경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이다. 때문에 판매 여부는 여행사의 자율성에 맡기되, 환불불가 등 상품의 조건을 명확히 고지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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