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발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직항 노선의 다양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지방공항의 명확한 한계점이긴 하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방공항에서 출발해 경유지를 거쳐 제3의 도시로 이동하는 이원구간 판매가 활발하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이원구간 활용도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인천에서 1박 대신 해외 경유지에서 1박’
-경유시간 짧아져 중장거리 연결성 높아져
-FIT·유학생 물론 그룹 상품으로도 개발 중
 

인천까지 가려니 ‘지친다 지쳐’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발리에 가야하는 영남 지역 거주자가 있다고 하자.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 거주지에서 인천으로 이동해 인천에서 발리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방법. 두 번째, 가까운 부산 김해공항에서 아시아 도시를 경유해 발리로 가는 방법. 단순하게는 인천 출발 직항을 이용하는 것이 ‘한 번에’ 목적지에 가는 방법이 되겠다. 그러나 세부 일정을 들여다본다면 과연 그럴까?

우선 총 이동 시간을 살펴보자. 첫 번째 경우 1. 거주지에서 부산역까지(?) 2. 부산역에서 서울역까지(약 2시간40분) 3.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직행 고속철도 이용을 가정해 40분) 등 내륙 이동시간이 꽤나 필요하다. 경우의 수가 많지만 넉넉잡아 반나절이 걸린다고 가정한다. 인천에서는 대한항공이 오후 6시경에,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이 12시에 매일 직항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예약했다면 거주지에서 새벽같이 출발하면 넉넉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겠으나,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을 이용한다면 아마도 인천 근처에서 1박이 필수가 되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4. 인천에서 발리까지 비행시간(7시간)도 더해야 한다. 

두 번째 경우다. 1. 거주지에서 김해공항까지(?) 2. 김해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약 6시간40분) 3. 쿠알라룸푸르에서 발리까지(약 3시간) 이동한다. 어찌됐든 같은 지역 내의 공항을 이용하면 되니 내륙 이동과정이 한결 간소해졌다. 하지만 비행거리만 놓고 본다면 인천 직항보다 약 2시간30분 정도가 더 길고, 경유지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에어아시아의 노선을 놓고 경유 시간이 가장 짧은 경우를 따져보니 김해공항에서 오전 10시35분에 출발해 쿠알라룸푸르에 오후 4시10분에 도착하고, 당일 오후 6시15분에 출발하는 발리 노선이 있다. 

물론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우선 인천 출발 발리 구간은 시즌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약 80만원에서 110만원 사이에 포진돼 있다. 김해에서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를 경유, 발리에 도착하는 에어아시아 항공권의 경우 마찬가지로 편차가 있지만, 50만원 이하로 검색된다. 경유 노선이고 LCC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차이가 크다. 긴 비행시간과 수하물 차지 등 부가적인 부분을 따져봤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매력적인 가격임은 분명하다. 
 
외항사 거점 찍고 제3국으로 슝
 
실제 지방공항에서 이원구간을 이용하는 여행자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부산 지역 여행사 관계자는 “부산 사람들이 인천으로 이동해서 나가는 것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며 “직항이 있는 노선을 이용하거나,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부산출발을 이용해 경유해서 멀리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산 출발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는 항공사는 이원구간 중 가장 인기있는 노선으로 호주, 뉴질랜드 등 ‘대양주’ 구간을 꼽았다. 부산 취항 항공사 대부분이 아시아에 거점을 둔 외항사이기 때문에 한반도 동쪽보다는 서남쪽 연결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 밖에 부산발 직항이 없는 아시아 도시, 중동과 유럽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필리핀항공(PR)은 부산-마닐라 구간과 연계한 호주, 뉴질랜드, 영국 런던 구간의 경쟁력이 높다고 소개했다. 해당 구간 모두 마닐라에서 1박을 해야 하는 일정이지만, 스톱오버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오히려 마닐라에서 짧게 일정을 보낸 뒤 여행을 이어가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항공은 “국제선 이원구간 실적 중 부산 출발이 34%를 차지하고, 전체 이용객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오후 8시반 출발)-마닐라(오후 11시30분 도착)-시드니(이튿날 오전 11시 혹은 오후 10시30분 출발) 혹은 화·목·토요일 출발하는 멜번(오후9시10분 출발) 구간이 인기 노선이다. 필리핀항공은 이원구간 판매 활성화를 위해 ‘오! 특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짧은 경유시간이 경쟁력이 되는 항공사도 있다. 중화항공(CI)은 타이베이에서 1시간에서 2시간을 경유해 싱가포르나 대양주로 가는 노선이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화항공 관계자는 “부산에서 타이베이까지 매일 2회 운항하고 있는데, 오전 출발편을 이용하면 싱가포르 등 아시아 단거리 구간을, 오후 출발의 경우 호주 등 대양주 구간의 연결성이 좋다”며 “이원구간 당일 연결이 된지 약 1년이 됐는데 그 사이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아시아 내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에어아시아의 경우엔 보다 많은 도시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주-쿠알라룸푸르 구간을 운영하면서 영남은 물론이고 제주도민의 해외여행도 보다 수월해졌다. 부산과 제주에서 에어아시아의 거점인 쿠알라룸푸르를 거치면 싱가포르, 호주의 멜번 등은 물론이고 희소성이 높은 지역까지도 여행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 랑카위, 페낭 등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1~2시간 정도 경유한 뒤 바로 이동할 수 있고, 몰디브 말레나 테헤란도 경유시간 2~3시간 안에서 연결된다. 에어아시아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간편환승’은 이원구간 이용객에게 큰 메리트로 적용된다. 한번의 체크인으로 최종 목적지에서 수하물을 받는 방식으로, 국제선 환승의 경우 환승 공항의 공항세와 출입국 심사도 면제해 주는 정책이다. 에어아시아는 “부산과 제주에서는 각각 30여곳으로 간편 환승을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패키지 활용성 높은 구간도 개발
 
자유여행이나 유학 수요가 아닌, 패키지 활용도가 높은 구간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인도차이나의 인기 상품이었던 베트남-캄보디아 연계 상품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의 인기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지방 공항에서도 베트남행 항공편이 크게 늘어났고, 이에 한결 도시간 연계가 수월해졌다. 

비엣젯항공(VJ)은 부산-하노이-씨엠립 총 4박5일 일정의 상품 구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2박, 씨엠립에서 2박을 하는 일정으로, 왕복 항공권이 총액포함 최저 50만원대에서 최대 70~80만원대다. 비엣젯항공은 “베트남 국내선 이용시에는 제공되지 않는 쓰루체크인 서비스를 제공해 부산출발 승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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