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중이었다.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클럽에 갔는데, 한국인 단체가 우르르 들어와 테이블을 잡았다. 한참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클럽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섰다. 관광지 클럽인지라 온갖 언어가 뒤섞였다. 한국인 팀도 흥이 오르는 것인지 웃음이 만발이었다. 가이드는 이사람 저사람 꼼꼼하게 챙기며 주문을 해주고 먼저 나서 춤도 추면서 열심이었다. 즐겁게 노는 일이 무엇이 나쁘리오? 

문제는 거기서 부터였다. 가이드가 갑자기 작은 무대 위로 올라가 독춤을 추다 허리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몇 번을 그러길 반복하고, 클럽 직원이 제지를 하고서야 다시 버클을 풀지 않았다. 순간 낯 뜨거워졌던 것은 부끄러운 걸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 패키지 팀에서 벌어진 일이어서였다. 그날 그의 팀에서 쇼핑 대박이라도 터졌던 것일까? 아니면 환심을 사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탐탁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여행은 변수로 점철돼 있다. 오랫동안 여행사를 괴롭혀 온 이슈 중 하나는 ‘자유시간’에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한 배상 문제다. 실제 소송도 많았고 사안에 따라 결과도 가지각색이었다. 어디서는 여행사 책임이 없다고 했다가 다른 사건에서는 여행사에 20%의 책임을 물었다. 정설이 없고 매 건마다 문제 상황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큰 사고가 아니더라도 주의는 필요하다. 부적절한 언행 혹은 잘못된 성 인식과 표현은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일행 중 모든 순간순간들이 그렇다. 물론 이 부분은 가이드는 물론이고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클럽에서의 그 일은 아찔할 수 밖에 없다. 고객과 가이드 간의 관계, 공식일정과 비공식 일정 간의 공백, 몸짓의 부적절함 등 여러 부분에서 완전히 수위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관리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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