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냉면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4월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평양냉면이 등장한 덕분에 맞이한 때 아닌 호황인 셈이다. 두 정상이 나란히 앉아 냉면 ‘면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평양냉면집을 기웃거리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옥류관 평양냉면이 단숨에 먹방 버킷리스트 1순위로 떠올랐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 때문인지, 평양냉면의 인기에 더해 남북 관광교류 재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회담의 성과에 대한 시각차이는 차치하더라도,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금단의 선을 넘어선 장면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란 기대감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설레발은 필패라지만 마냥 기대감을 낮출 수는 없다. 더군다나 올해 초만 하더라도 레드벨벳이 평양에서 <빨간맛>을 부르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으니까. 농담처럼 던지는 ‘옥류관 냉면 국내 도입’이나 ‘대동강 캔맥주 4캔 1만원’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행업계 또한 남북교류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른바 통일주로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 현대아산은 사업이 중단된 시기에도 도로를 관리하고 안전점검을 진행하는 등 관광인프라 유지를 계속해왔다. 10년의 준비가 빛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당장 관광을 재개해도 무리가 없다”는 담당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하다. 취재로 만나게 된 한 크루즈업계 관계자도 속초와 원산과 러시아를 잇는 노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누군가가 기회비용 운운하는 북한이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관광교류의 빗장을 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앞서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두 정상의 북미회담이 남아있고, UN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도 여전히 공고하다. 인천-평양 간 항로개설을 위한 논의에도 남북 사이에 유엔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개입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래도록 닫혀있던 문을 여는 만큼 수많은 과정들이 남아있다. 남북관광의 실현여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마따나 결국 시간이 말해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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