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문의 수십 건 쌓여, 여행사는 ‘성분 조사 중’
쇼핑 전반적 안전 검증 필요해, “먹는 것도 많아”
“정상적 지상비 회복되는 구조로 전환 필요해”

라돈 공포가 라텍스에도 옮겨 붙었다. 라텍스는 해외 패키지 상품의 대표적인 쇼핑 품목 중 하나. 여행사의 기민한 대처가 필수다. 나아가 쇼핑 품목에 대한 안전성 확보도 대두될 전망이다. <편집자주>

'방사능 공포'가 라텍스에도 옮겨 붙었다. 쇼핑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 검증 요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힘을 얻을 전망이다

 

●쇼핑 구입자들 속속 여행사에 연락

대진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확산되고 있는 ‘방사능 공포’가 라텍스에도 옮겨 붙었다. 태국산 라텍스 샘플을 분석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기준치 7배를 뛰어넘는 연간 7밀리시버트의 방사선 피폭량이 확인됐다고  5월27일 발표했다. 지난 5월30일에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직접 중국산 라텍스의 라돈 측정을 진행했다. 수치는 국내 실내 기준치인 148베크렐을 훌쩍 뛰어넘는 431~491베크렐까지 뛰어올랐다. 건강이상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수년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도돌이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여행사로의 문제제기도 차차 늘어나고 있다. 라텍스가 패키지 여행의 대표 쇼핑 품목이기 때문이다. 태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대부분, 중국 패키지에는 수년 전부터 라텍스 쇼핑이 필수로 진행돼 왔다. 판매자 입장에서 수익률이 높은 품목이었다. 라텍스 생산 지역에서 직접 구매한다는 프리미엄,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상대적 평가도 있었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여행사에게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네이버 커뮤니티 ‘라돈 방출 라텍스 사용자 모임’ 등에서는 여행 시 구입한 라텍스에 대한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각 여행사에 문의한 내용 및 실제 구입처에 문의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A 여행사 관계자는 5월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부터 라텍스 관련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아직 많지는 않은 수준”이라며 “동남아시아 대부분 상품에 라텍스 쇼핑이 들어가기 때문에 앞으로 문의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B 여행사의 경우 “동남아시아 여행을 간 손님들 위주로 연락이 오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고 C 여행사의 경우 “5월28일 주부터 일 평균 몇 십 건 빈도로 문의가 접수된다”고 말했다. 

●제조사들 검사 실시, 여행사 ‘유보’

여행사에 따르면 문제시 되는 음이온 발생 라텍스 등은 최소 3년 전 모델이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라텍스 상품은 라돈 성분과 관련이 없는 천연 라텍스로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태국의 경우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라텍스를 취급하는 현지 쇼핑몰 및 제조사가 고객 불만을 접수해 태국 내 기관에 제품 분석을 의뢰한 상태로 알려졌다. 조사결과는 6월 중순에서 말경 발표될 예정이다. 


여행사는 해당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지금 당장은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 없이 문의만 접수하고 있다. 대부분 검사 결과를 통해 문제가 확인됐을 때 향후 보상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현지 쇼핑몰을 중개하는 역할일 뿐 여행사가 상품의 제조, 판매에 관여하지 않는 만큼 일정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분위기다. C 여행사는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 문제가 정식으로 확인되면 여행사, 판매사, 제조사가 공동으로 후속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여행사가 단독으로 입장을 전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판매하는 관리자인 여행사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품가 내리려고 패키지마다 쇼핑을 필수적으로 일정에 넣으면서, 쇼핑 상품의 안전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는 격”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 차원의 권고 내려올 수도”

여행사는 자연적으로 문제적 라텍스가 퇴출될 것이고, 그 밖의 라텍스에 대해서도 보다 공신력 있는 검증결과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C 여행사는 “판매점 별로 라돈 수치 등을 검증하는 기기를 배치하고, 품질에 대한 보증서, 검증 결과 등이 보다 세밀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크게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라텍스 쇼핑이 과거와 같이 활성화 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패키지 쇼핑 옵션에 대한 제고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측은 “식중독 같은 문제는 예측 가능한 일이었지만, 라돈 검출 등의 이슈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여행사별로 아예 라텍스 쇼핑을 빼는 것도 검토하는 곳이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위기를 기회로 전복시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며 “쇼핑 옵션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 차라리 정상적인 지상비를 회복하고 상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등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라텍스 쇼핑 자제 권고가 나올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사회적으로 안전과 관련한 그물망이 더욱 촘촘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경시하지 않을거란 예측이다. KATA 측은 “라텍스 쇼핑을 자제하게끔 강한 어조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쇼핑 품목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 검증 요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힘을 얻을 전망이다. B 여행사 관계자는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며 “생활 용품도 그렇지만 먹는 상품도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해외 개별 국가들과 한국의 안전기준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이를 해소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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