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기자
김선주 기자

 

지방 소재 A여행사는 올해 모 저비용항공사(LCC)의 지방 출발 동남아 노선 좌석을 ADM 방식의 하드블록으로 확보했는데, 된통 고생하고 있다. 계약한 좌석의 판매율이 80%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소진 좌석당 10여만 원의 벌금을 무는 방식이다. 봄 시즌부터 시작했는데 전통적인 비수기여서 판매가 쉽지는 않았다. 페널티를 물어야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날짜에는 항공사가 여행사에 제공한 요금보다 더 저렴한 요금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개별티켓으로 푸는 ‘만행’을 저질러 기가 차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참고 버텼다. 7~8월 여름성수기 때 단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기대는 빗나갔다.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요는 기대를 밑돌았고 그마저 ‘반짝’ 하고 끝났다. 8월 중하순 출발일에 대한 ‘땡처리’ 경쟁이 7월말부터 시작됐다. A사 대표는 “원래 상품가는 ‘699’였는데 다들 일찌감치 가격경쟁에 돌입해 항공료라도 건질 생각으로 급하게 ‘399’로 내렸다”며 “항공공급이 워낙 늘어서인지 그렇게 해도 80% 선을 넘지 못해 백만 원 넘게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날짜가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소비자들의 여행심리를 위축시켰고 다른 목적지와의 경쟁에서 밀린 탓도 있겠지만, 여행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선도 많다. 전통적 성수기를 피하려는 경향이 올해 특히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7~8월 여름성수기에 대해 실망감을 토로하는 여행사들이 적지 않다.


소비자의 여행소비 패턴과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여행업계는 이를 더디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은 올해 또 불거졌다. 항공사-여행사 간의 항공좌석 블록계약만 봐도 “비수기 때 손해를 감수하고, 성수기 때 단 번에 만회한다”는 과거의 사고방식에 여전히 기댄 채 획일적으로 가격과 운영방식을 결정한다. 그러니 이번처럼 비수기에 손해를 감수했는데 정작 성수기에도 페널티 걱정을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보다 세밀하고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그에 상응한 합리적인 거래를 하지 않으면 빗나간 예측에 또 다시 뒤통수를 맞을 테니 말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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