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번쩍 떴을 때 시계는 오전 5시를 가리켰다. 발리로 향하는 비행기의 출발 시간은 오전 6시45분. 모든 게 꿈이길 바랐다. 


비행기를 놓치는 초유의 사태에 맞닥뜨린 건 처음이다. 어이없는 상황에 원망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도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수습에 나섰다. 24시간 운영되는 고객센터에 ‘긴급’ 사건으로 전화했지만 영업시간(오전 9시)에 정확한 항공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9시가 조금 지나자 담당자는 노쇼 패널티와 여행사, 항공사 취소 수수료를 다 더해 17만원의 추가 요금을 안내했다. 여러 복잡한 상황 속, 전화와 고객센터 게시판을 오가다 결국 오후 3시가 지나서야 재발행을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같은 항공권 클래스가 사라지면서 지불해야 할 요금은 인상됐다. 


유명하다는 해외 단품 OTA에서 예약한 공항 픽업 상품에는 3일전 취소는 불가하다고 안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공항에 나와 마냥 기다릴 기사님을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 오후 2시쯤 고객센터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예약한 시간에 공항에 갈 수 없으니 기사님은 오지 않아도 된다고. 그날 밤, 계획대로라면 도착했어야 할 시간에 기사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내 이름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지금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결국 게시판에 남긴 글은 반나절이 지나도 그에게 전달되지 못했던 거다. 순간 수많은 OTA들이 자랑하는 챗봇이며 인공지능 따위는 뭐냐고 따지며 묻고 싶었다. 4차 산업혁명이 여행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긴 하냐고. 


NDC 상용화를 준비 중인 (주)폴라리움 관계자는 NDC를 도입하면 취소나 변경도 직접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기자처럼 비행기를 놓쳤을 때 부분 취소나 노쇼 페널티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혔다. 글로벌 OTA 익스피디아조차도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항공권 변경과 취소는 항공사의 정책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해 소비자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하다못해 옷을 한 벌 사더라도 환불이나 교환이 복잡한 매장은 마음에서 멀어진다. 얼마나 좋은 상품을 갖추고 잘 진열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애프터서비스’도 구매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이지 않은가. 수많은 OTA들이 IT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발권이며 검색부터 예약, 결제까지는 너무나 쉽고 빠른 환경을 구축했다. 이제는 기술의 힘을 다른 영역에서 발휘할 때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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