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언 기자
전용언 기자

 

정보가 돈보다 귀하다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건만, 여행정보에 대한 보상은 야박하기만 하다. 도처에 널린 게 여행에 대한 글과 영상인 만큼 정보를 구하기가 쉬워진 탓이다. 각종 커뮤니티와 어플, 웹사이트에서 오지 여행의 숨은 팁까지 무료로 배포하고 있으니, 이제는 금액을 지불하고 여행정보를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비상식에 가까워진 지도 모른다.


문제는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상담도 값을 치루지 않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상담 먹튀’가 횡행한다며 하소연했다. 그 애석한 사연을 지면으로 옮기자면 이렇다. 유럽여행 상담 건으로 몇 주간 상담을 받던 한 고객의 연락이 한동안 뜸해졌다고 한다. 연락이 두절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그 고객으로부터 감사인사차 전화가 왔단다. “알려주신 그 코스 그대로 유럽여행 잘 다녀왔어요.” 수화기 너머 해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저 허허 웃을 수밖에. 더 놀라운 건 상담 먹튀 고객이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여행사 직원들의 덤덤한 반응이었다. 먹튀 고객이 야속하지만 여행상담비를 요구할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거다.


지방에 있는 한 여행사가 여행상담비를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곤 수소문 끝에 몇 곳에 전화했지만 도리어 ‘상담비요? 그런 게 있습니까?’라는 반문만 매몰차게 돌아왔다. ‘1:1 맞춤 여행’을 표방하며 별도의 컨설팅 비용을 받던 한 여행사가 여행상품가에 상담비용을 포함하며 한발 물러선 것도 벌써 4년 전 일이다. 여행상담비라는 건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전설의 동물과도 같은 것일까.


조금만 비틀어 보면 여행정보가 산재한 만큼 정제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정보 속 갈피를 잃은 여행자들에게 여행사의 상담이 등댓불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먹튀 상담 고객의 대부분이 젊은 여행자들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일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유여행을 여행의 공식처럼 여기는 젊은 여행자들도 여전히 여행사의 상담을 필요로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남겨진 과제는 여행상담이라는 노동을 어떻게 대가로 치환할 수 있느냐다.
 

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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