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사

영국에서 대학원 수업 중 들었던 인상적인 이야기중 하나는 외국 항공사들이 다양한 통계 데이터를 전문업체를 통해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한다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항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이는 신용카드 사용과 관련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과거 내가 근무했던 항공사의 경우 노선 계획을 위해 주로 참고하던 자료가 경쟁사의 탑승률이나 항공권의 평균 가격 자료처럼 항공산업에 직접적으로 연관성을 갖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기업간 데이터 거래가 이미 왕성히 일어나고 있었다는것과 항공사들이 이러한 데이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당시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만일 과거로 돌아가 노선계획 수립시 신용카드 사용 자료를 통해 경북지역에서 방콕으로 가는 노선의 항공권 구매 숫자가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면, 나는 지체없이 바로 대구에서 방콕으로 갈수 있는 비행기를 띄우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것이다.


이 수업을 통해 그 당시 교수님이 전하고자 했던 핵심은 앞으로는 다양한 데이터가 항공산업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며 그 성과에도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데이터가 미래의 산업에 있어 ‘석유’ 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이는 이제 인간의 모든 행위들은 디지털로 데이터화되고 이러한 데이터들은 산업을 움직이는 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와 토마르 람게의 저서인  <데이터 자본주의 >를 보면 앞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업이 움직이는 세상이 오면 인간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이 결정된다고 예상한다. 예를 들어 수박을 재배하는 곳에서는 토양의 질, 농약의 사용량, 수박 재배자의 숙련도 등이 디지털화되어 기록된다. 이후 수박의 유통 경로에 따라 실시간으로 신선도 혹은 당도, 재고 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이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박 판매자의 AI는 신선하거나 당도가 높은 수박 혹은 무농약 수박 등 다양한 구매자의 선호에 맞추어 수박을 추천하고 각 개별 구매에 따라 차별화 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우리 업계에 적용해 보면 어떤 청사진을 가질 수 있을까. 
첫째, 지금처럼 단순히 항공권의 가격이 구매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순 가격비교가 아닌 가치비교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점차 확대되어가는 항공사의 다양한 부대서비스 즉, 와이파이, 수하물, 기내식 등의 가격과 기내 엔터테인먼트 관련 정보들이 빠르게 데이터화 되고 있다.  글로벌 항공운임입력시스템 회사인 ATPCO가 최근 인수한 Routehappy 라는 회사는 앞서 언급한 항공사의 다양한 부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화 하여 GDS를 통해 이미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는 항공기의 기령, 항공사의 사회공헌활동, 기내식 및 서비스 평가 등으로 데이터화 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깊고 넓어질 것이며 동시에 이러한 다앙한 정보를 종합하여 AI는 개별 소비자의 조건에 가장 부합되는 항공권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둘째 , 항공권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잠재 소비자를 찾는 능력이 데이터 확보 역량에 따라 달라 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유투브 또는 인스타그램에서 이탈리아 베니스의 영상을 집중해서 보고 ‘좋아요’를 클릭 한 잠재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해 그 소비자들에게 베니스로 가는 항공권 할인을 제안한다면 홈페이지 배너광고를 하거나 이메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할인항공권을 홍보하는 것보다 훨씬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항공권 판매자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일괄적으로 항공권 가격 자체를 할인해주기보다는 개별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와이파이를 많이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와이파이에 할인을, 위탁수하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수하물 할인을 적용하는 차별화된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한 좌석당 항공권 수입에 (Revenue per seat)서 한 승객당 수입 (Revenue per customer)으로 그 관점의 이동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이후 석유가 산업을 지배해 온 이래, 유전확보를 위한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과 다툼은 심지어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곤 했으며 산업 전반에 여전히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점차  데이터 확보에 대한 경쟁이 과거 유전확보에 대한 그것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유전이나 석유가 물리적으로 우리가 가질 수 없는 불가능한 것이었다면,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무엇에 관련된 것이든 유효한 데이터를 갖을 수 있다면 이것은 집 앞 마당에서 유전이 발견되는 것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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