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전원 연락처 제출에 불안감 팽배
“결국 직판 강화해 중소여행사 도태”

항공기 지연·결항 정보를 승객에게 미리 알리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고객 연락처 입력 제도가 홀세일러 대리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대리점이 제공한 고객 연락처를 바탕으로 홀세일러 본사가 직판에 나서고, 대리점은 결국 고객을 뺏기고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지연 또는 결항시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내용을 포함한 ‘항공교통 이용자 보호기준’을 도입해 2016년 7월2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항공사 직판분은 항공사가 고객연락처를 받아 안내하지만, 여행사 판매분의 경우 여행사가 수집해 PNR 작성시에 입력해야 한다. 제때 연락이 닿지 않아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그동안 항공사들은 지속적으로 고객 연락처 입력을 강조해왔다. 


양대 홀세일러도 마찬가지다. 홀세일러 대리점들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올해 들어 대리점이 본사 시스템을 통해 상품을 예약할 경우 팀 구성원 전원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전개되지 않도록 했으며, 모두투어도 10월 중순부터 고객 전원의 연락처 입력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어디까지나 법 규정에 따른 조치이지만 중소 대리점들의 불안감은 크다. 결국 본사에 자신들의 고객을 뺏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모두투어 대리점인 A사 대표는 “기존에는 대표자 1명의 연락처만 제공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단체 구성원 모두의 연락처를 입력해야만 한다”며 “고객 연락처는 자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를 모두 본사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사 대표도 “하나투어 모두투어 할 것 없이 일단 고객이 개인정보활용에 동의하면 마일리지 적립 혜택이나 특가를 내세우고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정보를 보낸다”며 “그 과정 속에서 대리점은 거의 노출되지 않고 소외되니 고객들도 다음에는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본사를 찾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두 홀세일러가 일정 부분 직판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속 강화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C사 관계자는 “홀세일러들은 본사 홈페이지나 콜센터 등을 통해 들어오는 수요를 다시 대리점으로 연결시킨다고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대리점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중소여행사 권익보호를 위해 전국 단위의 중소여행사협력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이 시작됐는데, 최근 대전에서 열린 모임에서도 홀세일러의 고객 연락처 의무 입력과 관련한 성토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홀세일러 양사는 공통적으로 “고객 연락처 입력은 항공교통 이용자 보호 규정에 따른 것일 뿐, 이를 활용한 직접 마케팅이나 직판 강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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