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대교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흰여울마을 중턱
영도대교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흰여울마을 중턱

 

계절의 초입이면 이곳에서는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계절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초속 3cm로 떨어지는 벚꽃도, 귀를 간질이는 파도소리도 모두 간절했으니, 슬며시 찾아온 봄을 맞이하러 부산으로 향했다.


영화의 도시인 부산을 즐기는 방법은 분명하다. 바로 영화 속에 등장했던 촬영지를 방문하는 ‘성지순례’다.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서 <변호인>과 <범죄와의 전쟁>의 촬영지로 이름난 흰여울문화마을은 영도의 봉래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몇 개의 계단을 거쳐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좁다란 골목 사이를 갈지(之)자로 걸음을 옮겨가며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뉘엿거리던 해가 불그스름한 색채의 이불로 바다를 덮었다. 제 몸으로 석양을 반사시키는 흰여울마을 한 가운데에서 넘실거리는 흰 파도와 햇살에 닿아 붉게 빛나는 바다를 목전에 두고 걷고 또 걸었다. 

여행자들을 반기는 흰여울길의누렁이
여행자들을 반기는 흰여울길의누렁이

 

영화 <변호인>에서 최순애(김영애 역)와 진우(임시완 역)의 집으로 나왔던 촬영지는 이제 마을안내소가 돼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Welcome to 흰여울길’이라고 쓰인 벽 아래에서 누렁이가 여행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흰여울길 곳곳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벽화와 포토 존이 마련돼 있어 어색함과 풋풋함을 간직한 젊은 커플들이 골목과 바다를 배경으로 저마다의 추억을 기록하고 있다. 

흰여울마을 골목 곳곳에는 바다를 조망하는 작은 카페
흰여울마을 골목 곳곳에는 바다를 조망하는 작은 카페

 

만개한 분홍색 꽃 뒤로 마을 주민 아지매들이 운영한다는 ‘흰여울 점빵’이 보였다. 점집도 빵집도 아닌 그저 작은 가게라는 귀여운 자기변호가 가게 앞 안내문에 손 글씨로 적혀 있다. 바다에 매료돼 쉼 없이 걷다 보니 흰여울 점빵에서 파는 달달커피가 몹시 당겼다. ‘따신 것’은 1,000원, ‘차븐 것’은 1,500원이었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달달커피로 목을 축이며 걸음을 이어가니 ‘배들의 주차장 묘박지’라는 곳에 다다랐다. 흰여울마을 앞바다에는 커다란 선박들이 바다 위에 섬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산항에 찾아오는 대형 선박들이 머무르는 곳이란다. 한해의 끝인 12월 31일 자정에는 이 배들이 일제히 뱃고동을 울려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교향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부산의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
부산의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

마을에서 나오니 마을이 보이네


흰여울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300m 떨어진 곳이 절영해안로의 시작점이다. 80년대 포크가수 시인과 촌장의 노래처럼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듯, 마을 안에서 미처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색상의 벽과 지붕이 한눈에 들어왔다. 


절영해안로의 ‘절영’은 영도의 본래 이름인 ‘절영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끊을 절(絶)과 그림자 영(影)이 합쳐져 그림자마저 끊길 정도로 섬에 빨리 달리던 말이 많다는 뜻이다. 이곳의 산책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다. 파도가 바위에 부닥치는 소리를 음악 삼아 거닐다보면 눈앞에 아른거리던 영도대교가 금세 가까워진다. 미세먼지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아쉬움이 남을세라 바다 위로 멀리까지 펼쳐진 낙조의 풍경을 눈에 아낌없이 담고 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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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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