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내음과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자갈치시장
바다내음과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자갈치시장

대부분의 구도심이 도시재생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해 나가는 반면, 자갈치시장이 자리한 남포동과 광복동 일대는 아직도 굳건하게 도심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오히려 중심도심인 서면이나 신도심인 해운대보다 부산지역의 색채를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어 관광객이 부산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풍겨오는 바다내음과 그 신선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진열된 해산물들을 보고 있으면 새삼 부산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갖가지 횟감을 늘어놓은 자갈치시장에서의 산책은 친근한 사투리로 다가오는 호객마저 반가워진다. 시장 골목을 오가며 바다내음을 한 웅큼 맡은 뒤에야 식사를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큰 도로를 건너 자갈치시장 맞은편에는 BIFF거리가 조성돼 있다. 부산 청년들과 이방인들이 한데 뒤섞여 분주하게 오가던 거리는 생동감이 넘쳤다. 널찍한 도로에는 고소한 향기를 원 없이 뽐내는 씨앗호떡부터 아기자기한 기념품 노점상까지 눈과 코를 붙잡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쳤다. 바다의 향과 젊음의 생기가 느껴지는 이곳이 바로 부산이구나, 남포동 한복판에서 어렴풋이 다가온 단상이었다.


●FOOD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부산의 맛


자갈치시장에서 주어지는 두 번의 자유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 부산에서 먹고 가지 않으면 혼쭐이 난다는 부산의 대표 음식 3선을 골랐다.

부산하면 밀면, 밀면하면 부산
부산하면 밀면, 밀면하면 부산이더랬다. 그 탄생은 냉면의 아류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은 밀면은 부산 안에서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자갈치시장 뒤편에 자리한 가야밀면은 현재의 부산밀면을 정형화시킨 원조격의 밀면집으로, 개금밀면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밀면전문점으로 꼽힌다. 70년대 전통을 그대로 고수해 백설탕을 자작하게 뿌리는 가야밀면은 ‘단짠(달고 짠 맛)’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돼지와 소뼈에 12가지 한약재와 함께 넣어 하루 이상 끓여내는 육수는 얼큰한 국물맛을 보장한다. 여기에 마늘과 양파향이 어우러져 자극적이면서 얼큰한 양념과 옥수수전분이 가미된 찰진 면의 식감은 젓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든다.

부산하면 돼지국밥 아잉교
이미 전국권 음식이 된 돼지국밥이지만, 그래도 원조는 역시 부산이다. 허영만 화객이 <식객>을 통해 ‘소 사골로 끓인 설렁탕이 잘 닦여진 길을 가는 모범생 같다면 돼지국밥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은 맛’이라고 비유할 만큼 돼지국밥은 진득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사골의 풍미가 가게 밖 골목까지 은은하게 퍼질 정도로 진한 부산의 돼지국밥은 그 모양과 맛도 부산을 닮았다. 오랜 시간 삶았다는 걸 시위라도 하듯 돼지 내음이 가득했던 돼지국밥은 그 맛도, 양도 모두 넉넉했다.

식사로도, 반주로도 좋을 물회
부산에 왔다면 필히 회를 맛보아야 했다. 하지만 회를 곁들여 잔을 주고받을 일행이 없으니 대안이 필요했다. 마침 더위가 찾아와 새콤달콤한 물회가 절로 떠올랐으니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수밖에. 붐비는 사람들을 뚫고 주문한 아까무스(눈뽈대) 물회는 기존에 먹었던 여타 물회와는 달리 국물이 자작했다. 아까무스는 붉은끼가 돌아 ‘적어’라고 불리기도 하는 생선이다. 자잘하게 썰린 아삭한 아까무스 회에 양념장과 설탕을 아낌없이 넣어 완성된 물회는 한 끼 식사로도, 안주로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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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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