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언 기자
전용언 기자

한 평론가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에 거울 앞을 떠나듯,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얻었을 때 사진찍기가 끝난다’고 했다. 이 논법에 의하면 잘나온 사진이란 실제보다 잘 나온, 그러니까 자신의 얼굴과는 조금 다른 사진이라는 것이다. 이 가벼운 통찰이 비단 제 얼굴을 스스로 사진 찍는 ‘셀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SNS를 부유하는 수많은 축제소식에도 충분히 유효한 논리다.


지난달 추석연휴를 이용해 지방의 한 축제에 다녀왔을 때였다. 시간을 들여 축제가 열리는 공간을 둘러보았지만 그럴듯한 포토존 몇 개만 조성했다 뿐이지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턱없이 부실했다. 분명 축제를 홍보하는 사진 속에서는 수천 개의 불빛이 은은한 야경을 연출했지만 실제로는 볼품없던 조명만이 복잡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한껏 자리를 차지한 무대장치도 조악하기만 했다.


제아무리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한 홍보용 사진이래도 된통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매장 앞에 걸린 도톰한 햄버거 광고판을 보고 주문했건만 얄팍하기 짝이 없는 햄버거를 마주한 심정이랄까. 볼거리는 차치하더라도 축제를 다시 방문하게끔 할 만한 콘텐츠가 부재하니, ‘막상 가보니 별거 없더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제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다.


축제에도 사람이 모이는 곳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른바 ‘핫플(핫플레이스)’ 마케팅이 유행이란다. 이 기류에 편승해 도처마다 핫플을 외쳐대니 이제는 핫플이 아닌 곳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관광객 유치에 지나치게 몰두해 민망한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하다. 그저 숫자에 현혹돼 지자체가 축제기간의 방문자 수를 곱절 이상 부풀려 발표했다가 들통이 나는 일도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다. 


내실 없는 축제는 실망을 낳고, 유명무실한 축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마련이다. 여행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축제를 꾸려나갈 콘텐츠만큼은 충분해야 하지 않을까. 축제에 방문하는 관광객을 일회용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축제의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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