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수익의 40%는 부가서비스 판매
외항사 진입 장벽… “한국이 손해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에어아시아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토니 페르난데스 CEO의 동물적인 사업 감각 덕분이다. 이렇게 자신의 성공신화와 기업 정신, 꿈을 향한 도전을 담은 토니 페르난데스 CEO의 자서전 ‘플라잉 하이(Flying High)’ 한국어판이 출시됐다. 지난 14일 자서전 출판을 기념해 방한한 에어아시아 그룹 토니 페르난데스 CEO를 만나 LCC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에어아시아 그룹 토니 페르난데스 CEO는 “LCC의 중장거리 노선도 이미 레드오션”이라며 “오히려 트래픽이 적은 지방공항과 새로운 단거리 목적지를 연결하는 노선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아시아 그룹 토니 페르난데스 CEO는 “LCC의 중장거리 노선도 이미 레드오션”이라며 “오히려 트래픽이 적은 지방공항과 새로운 단거리 목적지를 연결하는 노선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잉 하이’ 자서전을 보면 에어아시아를 1링깃(한화 약 300원)에 구매하는 대신 4,000만링깃(약 120억원)의 부채를 함께 가져오는 조건으로 인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금의 에어아시아 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인가


항공 사업은 미수금이 없다. 미리 좌석을 판매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인수 이후 파격적인 가격과 마케팅으로 선모객에 집중했다. 또 탑승객들이 공항에서 구입하는 먹거리나 편의용품 등을 기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부가 상품을 늘렸다. 즉, 공항에서 이루어지던 소비를 기내로 옮긴 것이다. 선모객으로 확보한 현금과 부가서비스 판매를 통한 수익으로 부채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다른 항공사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신규 목적지 개발에 앞장섰다. 하지만 무엇보다 에어아시아 그룹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열정을 다해 일한 좋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LCC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허가를 기다리는 신규 항공사들도 다수다. 한국의 LCC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에는 다수의 LCC가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정한 LCC가 나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진에어 등은 FSC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탄생했다. LCC라는 타이틀로 운영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LCC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라는 생각이다. DNA가 FSC인 만큼 서비스 퀄리티나 운임도 LCC답지 않게 높은 편이다. 제주항공이나 이스타항공도 운영을 잘 하고는 있지만 이들 역시 서비스와 운임이 높다. 경쟁자가 별로 없어서라는 생각도 든다. 때문에 LCC지만 요금이 높은 편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운임을 최소한으로 낮추고 더 많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LCC가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일본, 인도 외에 한국에도 에어아시아를 설립할 계획은 없나. 최근 에어로K와 관련 이야기가 오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한국에도 에어아시아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한국에서 에어아시아를 설립하더라도 정부 기관의 허가가 필요한데 이는 나의 소관 밖의 일이다. 에어로K와 한국 내 LCC 설립을 위한 이야기는 없었다. 


-인천 및 부산공항에서 외항사가 황금 시간대 슬롯을 배정받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합작법인 설립 등 외항사의 진입에 장벽이 높은 편이라 정부의 과도한 제재가 항공산업 성장을 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에어아시아 재팬의 경우 일본 정부가 합작 법인 설립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 하에 허가를 낸 케이스다. 한국의 경우 외항사 진입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따라서 어렵게 한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계획은 없다. 외항사들의 진입 장벽이 높으면 사실상 한국이 손해다. 수요가 적은 지방공항의 경우 외항사들이 혁신적인 시도 등을 통해 트래픽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객들 이용률이 높은 시간대 슬롯 중 일부를 외항사에게도 부여한다면 외국인 여행객 유치에도 한국이 이로운 점이 많다. 하지만 슬롯 배분에 있어 소수의 국내 항공사들이 장악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의 항공산업 성장에 손해로 돌아갈 거라는 생각이다. 


-국내 LCC 시장에서 단거리 노선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신규 항공사 및 기존 항공사들이 중장거리용 신규 항공기를 구입하는 등 시선을 돌리고 있다. LCC가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장거리 노선 역시 이미 레드오션이다. 에어아시아는 10여년 전부터 LCC로서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이제야 우리에게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중장거리 노선에서 크게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단거리 노선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대구나 광주 등 소도시 지방 공항과 새로운 목적지를 잇는 노선 개발이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에어아시아는 유료 서비스 상품 판매가 활발하다. 에어아시아가 연간 부가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총 수익의 40% 정도가 부가서비스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이다. 부가서비스로 인한 수익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LCC에게 앞으로 더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행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에어아시아 그룹도 지난해 스타트업 투어리스트리를 50% 인수한 바 있다. 앞으로 투자할 분야는


지금은 에어아시아 그룹이 투어리스트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어아시아 그룹은 이미 벤쳐 캐피탈 통해 기술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고 앞으로도 단순히 여행사가 아닌 ‘기술 기업(Technology Company)’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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