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기자
김선주 기자

 

2019년이면 ‘제로컴(Zero Commission) 시대’ 10년째로 접어든다. 2010년 대한항공이 항공권 판매수수료(Commission)를 폐지하면서 한국 시장도 제로컴 체제가 본격화됐다.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여행사 치고 제로컴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제로컴은 여행사 수익구조에 직격탄을 날린 게 분명하다. 이상한 점은, 제로컴 탓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토로하면서도 정작 커미션 부활을 모색하자는 얘기에는 부질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가 많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에는 구식 취급을 하기도 한다. 커미션이 부활되면 좋겠지만 어디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많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단순히 항공사들이 폐지한 몇 %의 커미션을 되찾는 데에 커미션 부활의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한정 지을 일이 아니다. 여행사의 당연한 권익을 되찾고 사수하는 모든 행위의 상징이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부질없는 일만도 아니었다. 2010년 제로컴에 맞서 도입한 여행업무취급수수료(TASF) 부과제도는 도입 첫 해 연간 부과건수가 74만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최초로 300만건을 돌파했다. 항공권 발권에 대한 대가로 소비자에게 TASF를 부과하는 건수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2014년에는 BSP항공권 신용카드 판매분에 대한 BSP 담보설정 제도가 폐지됐다. BSP여행사들의 숙원이나 다름없었던 획기적인 성과였다. 이 조치로 BSP여행사들은 당시 기준으로 40% 정도의 BSP담보 경감 혜택을 받게 됐다. 2015년에는 항공사가 여행사에 발행한 ADM(Agent Debit Memo) 중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건에 대해서 여행사가 이의제기(Dispute)를 하면 BSP 정산과정에서 배제되도록 개선됐다. 여기서 더 나가, 여행사들은 2015년부터 ‘여행사 친화적’ 정책을 펼친 항공사를 선정해 시상하고 이들과 간담회를 열어 소통하는 등 주도적인 위치에서 항공사와의 접점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여행사 대상 커미션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항공사 정보를 담은 안내책자를 제작해 배포하면서 이들 항공사에 대한 판매를 독려하고도 있다. 


2018년만 보더라도 항공사들이 느닷없이 신용카드보안표준(PCIDSS) 인증을 BSP여행사에 의무화하자 이에 부당성을 주장한 끝에 결국 큰 혼란이나 피해 없이 도입 첫 해를 넘기게 됐다. 비록 여행사의 주장을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차세대 정산시스템(NewGenISS) 도입 과정에서 여행사들의 입장과 요구를 항공사 측에 당당하게 주장하며 줄다리기를 벌인 것도 의미 있는 행보였다.    


압권은 한국여행업협회(IATA)가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관계설정의 기준인 IATA 대리점관리규정(PSAA, Passenger Sales Agency Agreement)이 약관법에 위반된다며 심사를 청구한 건이다.

KATA는 공정위 제소에 앞서 지난해 ‘항공권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항공사-여행사 관계구조, 항공사의 제로컴 결정 등의 부당성을 법리적·학술적 측면에서 짚으며 커미션 부활을 모색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바 있다. PSAA가 약관법에 위반된다면 커미션 폐지 등 PSAA를 기반으로 항공사가 내린 모든 결정에도 하자가 있다는 게 KATA의 논리다. 사라진 커미션을 부활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여행사가 부당하게 권익을 침해받는 일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침 IATA 본사 차원에서도 PSAA를 포함해 항공사-여행사 간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우리 공정위도 PSAA 사용 당사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관련 질의를 하고 12월17일까지 답변을 받았다. 약관법 위반 여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파급력이 큰 만큼 이해당사자인 여행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회의감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특히 그동안 넓은 의미의 커미션 부활 활동 전반을 주도했던 KATA 양무승 회장이 12월31일부로 회장직을 마무리하면서 업무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KATA 사무처와 차기회장은 더욱 적극적으로 후속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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