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소비자는 이기적이다. 상품의 품질과 적정 가격의 균형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결국 저렴하지만 수준 높은 상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여행 상품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가성비가 유행이지만 성능보다는 가격에 방점이 찍히며 절대적인 가격이 구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사가 상품의 질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품 질을 높이고 가격을 방어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수시로 들리지만 시장의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또 LCC를 활용한 단거리, 단기간 여행이 유행하며 우리 국민 1인당 평균 해외여행 지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도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제로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투어고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관광 지출은 지속적으로 내리막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4년 1,211달러에서 지난해 990달러(한화 약 111만8,000원)로 약 18.5% 감소했다. 


따라서 여행사가 2030 젊은층과 비교적 구매력이 강한 4060 중장년층에 대해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게 맞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덜한 2030에게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짧은 일정의 저렴한 가격, 4060에게는 품질 높은 상품, 소위 말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극 어필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이것도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장년 고객층이 생각만큼 구매력이 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여행은 가고 싶지만 자식 세대를 먹여 살리느라 적극적인 지출은 힘들다”라고 푸념했다. 결국 저렴한 상품으로 눈을 돌리다보니 프리미엄 상품의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게다가 저가 경쟁 기조는 올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데 유통업계에서 강력한 스타트를 끊었다. 노브랜드를 성공 시킨 신세계그룹이 올해 경영 키워드로 ‘초저가’를 제시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은 최저가를 외칠 텐데 여행업계도 저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다. 저가 상품에 화려한 수식어를 보태 고객의 막연한 기대치를 높이는 홈쇼핑 방식이 아니라 낮은 가격과 만족도의 간극을 좁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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