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은 대게 찌는 냄새로 가득하다. 대게 거리에는 문전마다 대게 찌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달콤 짭조름하고 고소한 대게의 맛을 찾아 영덕에 갔다.  

대게를 찌면 빨갛게 먹음직스러운 색을 띤다

 

제철 대게 찾아 북적북적


동해안 끝자락, 울진과 포항 사이에 위치한 영덕은 대게의 본산지로 알려져 있다. 먼 바다까지 나갔다 온 대게잡이 배들이 이곳 영덕 강구항에 정박하는 덕이다. 대게의 명성에 비하면 작은 포구지만, 육지로 오목하게 들어오는 물길을 따라 배들이 즐비하고, 그 뒤로 긴 대게 거리가 형성돼 활기차다. 하나같이 대게를 산 채로, 혹은 조리해서 파는 집들이다.


3월 말의 대게 거리는 대게철을 맞아 멀리서 온 행락객들로 붐빈다. 가격을 흥정하며 목청을 높이는 장사꾼들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상당해 생기가 넘친다. 대게는 11월 말부터 5월 말까지가 제철이다. 강구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할 뿐 아니라 바다 밑바닥도 개흙이 전혀 없고, 모래층이 깨끗해 대게 맛이 좋다고 한다. 제철 대게는 게살이 꽉 차고 껍질은 연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대게가 잘 잡히지 않고, 포획에 제한도 있기 때문에 영덕에서도 러시아산 대게를 판다고. 시장에서 보면 연한 밤색이나 주황색을 띠는 것이 대게이고, 새빨간 것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홍게다.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달고 담백한 데다 귀한 특산물이니 영덕에 왔다면 꼭 대게를 맛봐야 한다. 참고로 대게의 ‘대’는 대나무를 뜻한다. 다리 마디가 대나무 마디처럼 곧게 뻗었다는 의미다. 


맛있는 대게 고르는 법


대게를 고를 때는 등딱지가 깨끗하고 다리가 성한 것, 찔러 봤을 때 살아 움직이는 것, 배딱지가 불투명한 흰색인 것을 골라야 한다. 등딱지 폭이 클수록 좋다고 하지만 혹자는 작은 것이 더 여물고 살이 달다고 하니 크기는 상관없을 듯하다. 그보다는 보통 물게냐, 박달대게냐를 따져야 한다. 물게는 속이 덜 차 배딱지가 투명한 게를 말한다. 반대로 박달대게는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찬 게다. 얼마나 실한지 박달대게를 찌면 게살포크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 흔히 게를 먹을 때 게 다리를 빨대처럼 흡입해 먹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알고 보면 잘 흡입되는 것일수록 물게에 가까운 것이다. 최상품 박달대게는 10마리당 한 마리가 나올까말까 할 만큼 귀해서 마리당 가격도 꽤나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강구항 대게 거리에서는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도 맛이나 가격이 비슷한 편이다. 우선 대게를 쪄서 먹고 나면, 그 다음으로 대게탕 혹은 수제비, 볶음밥이 차례로 나온다. 식당 밖 어항에서 손님이 직접 대게를 고르면 바로 쪄서 내오는데, 바로 이 과정에 대게 맛의 성패가 달려 있다. 대게 찜 요리는 번거롭기도 하지만 맛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삶는 것이 아니라 김으로 찌는 것이라 일반 찜기가 아닌 떡 찜기를 사용해야 하고, 크기와 종류에 따라 찌는 시간과 온도도 다르다. 20분 동안 큰 찜기에서 폭폭 익혀야 액체 상태의 게살이 알맞게 익는다.  


이렇게 탄생한 대게 맛은 무감각해 있던 봄철 입맛을 들깨워 준다. 살이 쫀쫀한 제철 대게는 아무런 양념 없이도 달달하고 짭조름해 감칠맛이 나고, 특유의 향이 우러난 시원한 국물은 수제비나 국수를 넣어 먹기에도 좋다. 공기밥에 김을 부숴 넣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내장과 비벼 주는 게딱지 볶음밥도 잊을 수 없는 별미. 문헌에 따르면 고려시대 태조 왕건도 영덕 대게를 진상 받고 매우 흡족해 했다는데, 아마 진짜 영덕 대게 맛을 알았다면 수라상도 뒷전이었을 것이다. 


대게 가격은 등딱지를 세로로 쟀을 때 9cm 이상인 것부터 20cm까지, 크기에 따라 마리당 5만원에서 1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대게 거리를 지나면 항구 끝머리에 작은 어시장이 있다. 여러 집이 줄지어 대게도 팔고 횟감이나 멍게, 오징어 같은 어종들도 판다. 등대가 있는 부두는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여, 대게를 먹고 나서 산책하고 쉬어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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