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이번 휴가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은 게 있으니, 바로 ‘직거래의 힘’이다. 여행에도 직거래가 있다면 얼리버드며 라스트 미닛은 물론 가격 비교마저 무의미할 수 있겠다 싶었다. 


우선 이번 휴가의 목적지는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였다. 출발 직전까지 조지아에 대한 계획은 백지에 가까웠고 결국 여행 중 필요한 숙소나 투어는 현지에서 결정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런데 의외의 수확은 여기에 있었다. 와인 투어를 하고 싶었지만 액티비티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당일 투어는 1인당 20만원을 호가했는데, 나는 조지아의 물가에 적당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해 예약을 미루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머무르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슬쩍 물었더니 자신의 차로 와이너리 네 곳을 동행하고 5만원을 받겠다고 했다. 식사나 와인 시음 비용은 별도였지만 가성비 면에서 훨씬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일단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서 마을을 살핀 후에 호텔 예약 앱을 통해 객실 예약 상황과 가격, 리뷰를 살피고 곧장 숙소로 향했다. “부킹닷컴에서 객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왔는데, 하룻밤 머물고 싶습니다. 얼마죠?” 호스텔 주인은 곧바로 객실을 확인하더니 부킹닷컴 최저가보다 약 8% 저렴한 값을 불렀다. OTA에 입점한 호텔 등 숙소가 지불하는 수수료가 평균 15~20%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에게도, 나에게도 이득인 장사 아닌가. 직거래의 힘이었다. 


홈쇼핑은 물론 스카이스캐너, 네이버 등 플랫폼이 공급자에게 요구하는 수수료는 매년 오르고 있지만 밀당에 지친 공급자들은 이제 싸울 힘을 잃은 듯 보인다. 하지만 수수료가 높아질수록 결국 상품가 또는 상품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런 가격 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 호텔 체인에서는 아예 최저가 보상제를 통해 OTA로의 유입을 막고 자사 채널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의 한 스타트업은 OTA에 공시된 호텔 요금에서 평균 OTA 수수료의 일부를 소비자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니 직거래든 캐쉬백이든 해보지 못할 것은 없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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