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수
오형수

 ‘츠타야(TSUTAYA)’ 서점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CCC)의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1983년 3월 오사카 히라카타에 츠타야 서점 1호점을 오픈한다. 현재 츠타야는 일본 내 1,500여개의 점포와 7,0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최대의 서점이다. 츠타야 서점 1호점을 오픈할 당시 마스다 무네아키는 ‘하드보일드 영화의 팬이라면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좋아하는 차분한 느낌의 재즈를 듣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하나의 상점에서 그것들을 모두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객가치를 첫째로 생각한다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정답이다. 나는 이 업무 형태를 MPS(멀티 패키지 스토어)라고 불렀고, 사람들에게 이단아 취급을 받고 백안시당하면서도 이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 생각하며 지켜냈다’고 한다. 그는 심야영업과 MPS를 처음으로 시도하면서 MPS와 심야영업을 하면 교차판매가 가능해 수익을 늘릴 수 있고 심야영업을 통해 영업시간을 늘림으로써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케팅, 세일즈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 서서 삼야에도 책을 사거나 음악을 듣고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있으니 이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는 MPS 츠타야 서점을 만들었다고 한다. 즉 비즈니스가치 극대화가 아닌 고객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1983년 1호점 오픈 이후 츠타야 서점은 세 차례 큰 변화를 만든다. 첫 번째 모델이 책·DVD 판매 및 대여점이었다면 두 번째 모델은 츠타야 서점 내에 스타벅스가 입점한 카페형 서점이었다. 세 번째 모델은 2011년에 문을 연 쇼핑·문화·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스타일 공간인 ‘T-SITE 다이칸야마점’이다. 츠타야 서점은 이러한 세 번의 큰 변화 후에도 2015년에는 가전제품 판매점을 혁신하기 위해서 ‘츠타야 가전(TSUTAYA Electrics)’을 선보였고, 2017년 12월에는 도쿄 신주쿠 츠타야 빌딩에 층별 아파트형 도서관인 ‘츠타야 북 아파트먼트(TSUTAYA BOOK APARTMENT)’를 오픈하는 등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의 이런 변화와 혁신을 기획한 마스다 무네아키는 성공하는 기획이란 고객가치를 극대화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기획에서 고객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츠타야 서점의 세 번의 큰 변화 역시 고객가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말이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고객을 얻고 싶다면, 기업은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것을 창조하고 제공, 제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처럼 여행상품도 떠나버린 고객을 되돌리고 새로운 고객을 얻고 싶다면 이제는 여행자가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신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고 제공, 제안해야 한다. 고객가치 극대화보다는 여행사의 비즈니스 가치 극대화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 기획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행과 여행상품에 대하여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는 변한 지 오래다. 여행에 대한 욕망이 강해 무조건 가격을 기준으로 여행상품을 선택하던 고객들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여행을 통해 여행 이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여행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고객가치를 제공, 제안하는 여행사를 만나기는 어렵다. 


고객이 사라졌다고 한다. 패키지여행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아니다. 패키지여행의 미래가 없지도 않고 고객이 패키지여행 대신 개별자유여행을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매력이다.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여행상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여행사가 재단해 놓은 몸에 맞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거부하고 스스로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고 조합한 뒤 여행사가 아니라도 여행 서비스를 잘하는 기업과 개인에게서 구매하고 있다. 고객이 여행 설계의 주체가 되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허용하는 것이 고객가치의 극대화다. 이제 여행사는 고객에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시하고 제공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여행사를 위해 남아있는 유일한 길이다.
 

글 오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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