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나는 “원래 그래”라는 말을 싫어한다. 대개 ‘원래 그런 것’은 당신이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결하게 정리된 한 마디에 위압감마저 감돈다. 


최근 주한외국관광청의 한국사무소 재입찰 소식이 한창이다. 현재 입찰 과정에 있는 관광청만 5~6곳으로 여럿이다. 일단 관광청 입찰 공고가 뜨면 국내 마케팅 에이전시들의 경쟁과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어느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지,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 해볼 만한 싸움인지 아닌지 수소문하느라 바쁘다. 


그중에서 섬들은 유독 소란스럽다. 최근 5년 내 한 번쯤은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재입찰을 감행한 곳들이다. 하루아침에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업체 중에서는 현지 유관기관이나 이사회, 미디어를 통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들 섬에서는 이런 일들이 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발생하는 편이라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새롭게 권력을 잡은 주요 인사가 바뀌면서 그에 따른 관련 부처의 해외사무소까지 영향을 뻗치는 것이란다. 그러곤 덧붙여 말했다. 섬들은 원래 그렇다고. 입찰이 뜨기 전부터 이미 내정된 자가 있다는 둥,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둥의 소문이 퍼지는 이유다. 


이런 소문이 꼭 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 업체에서 오랫동안 GSA를 맡아왔다면 재입찰 공고가 뜨더라도 으레 원래 맡았던 곳이 다시 입찰에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도 크다. 그 동안의 결과가 그랬고 확률적으로도 그렇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그러다 간혹 의외의 입찰 결과나 나오면 ‘반전’이라고 입을 모을 뿐. 


하지만 반전은 정말 반전이었을까? 예산과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안다. 어느 쪽을 선정하는 것이 현명한지. 대행사의 능력에 따라 자국의 관광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입찰에 참여하면서도 스스로를 형식적인 절차에 나서는 ‘들러리’로 여긴 것은 아닌지, 승산 없는 싸움이라며 무기력하게 뛰어든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평가해 볼 일이다. 반전의 결과는 실로 반전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손고은 기자 koeun @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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