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여행의 변수는 시간이다. 일상을 떠나 꿈같은 휴양을 즐기고 있노라면, 돈을 주고서라도 시간을 사고 싶은 심정이 울컥 올라온다. 그러나 때로는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던 시간은 어느새 사라지고, 원치 않는 종이 한 장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달 캄보디아 출장을 갔을 때였다. 항공기 지연으로 인해 경유지에서 기존 대기시간보다 무려 4시간이 늘어난 6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돌아온 건 공항 내 음식점 바우처 한 장. 결국 일행들과 함께 사비로 라운지를 이용하며 항공편을 기다렸다. 캄보디아를 가는데 12시간이라니, 일행들 사이에서는 마치 유럽을 가는 것 같다는 웃픈 농담이 오갔다.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분기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적항공사의 지연율은 국제선 3.4%, 국내선 9.3%를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운송 지연의 경우 지연 시간에 따라 항공 운임의 10~30%를 배상하도록 돼있다. 국제선 결항 시에는 대체항공편 제공 여부에 따라 200~600달러를 배상해야한다. 항공사도 개별적으로 약관을 통해 배상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예외 조항이다. 항공사가 기상상태,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안전운항을 위한 조치 등의 사유를 입증하면 소비자에게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항공사의 귀책이 확실한 경우라 하더라도 절차가 까다로워 소비자들은 배상 요구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여행객들은 항공사의 배상보다는 여행자보험을 통한 배상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에야 수많은 탑승객들에게 배상하지 않아도 돼 손실을 줄일 수 있다지만, 중요한 건 항공사에 대한 인상이다. 항공권 특가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가격이 비슷하다면 결국 소비자의 결정권은 항공사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이미지로 향하게 된다. 결국 항공권 판매도 고객과 오랜 신뢰관계를 유지해야하는 장기전인 셈이다. 지난 출장, 내게 6시간의 대기를 선물했던 모 항공사가 부실한 샌드위치 하나로 기억되는 이유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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