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경 기자
차민경 기자

나름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달리 일본 여행업계의 분위기는 초조하다. 초조할 법 하다. 취소 행렬이 한차례 시장을 훑고 지나갔고, 신규 예약은 폭락했다. ‘예약이 없어 취소가 들어올 것이 없다’는 상황이니 무얼 더 말하랴. 


일본 각지의 관광부처, 유관 업체 등이 한국 여행사를 만나기 위해 안달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정치 교류와 민간 교류는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들을 계속 환대할 예정이고 최선을 다해 서비스 하겠다’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그들 입장에서 그만큼 기대고 싶은 말도 또 없겠다. 혹자는 노선이 줄면 한국인이 일본에 오지 않는 만큼 일본인이 한국에 갈 수 있는 길도 줄어든다고 애매한 말을 흘린다. 앙큼하기도 하고?


감정과는 별개로 거대한 시장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으니 여행사 속도 까맣다. 단일 국가임에도 여행사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던 게 일본이니 말이다. 그러나 발을 동동 굴러도 지금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보통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정신이 집중된다. 그러나 속수무책일 때는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나중을 기약하는 편이 더 나을 때가 있다. 홍콩은 도시 전체가 시위 현장이 됐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현지에 나의 걱정을 전달했더니, ‘신경쓰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라며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문제니 이 문제가 소강될 즈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전세계의 변수가 여행업계의 리스크다. 사드 배치로 인해 막혔던 중국시장, 지진과 해일로 수요가 급감했던 인도네시아, 애증의 환율과 유가는 해외여행 전체를 들었다놨다 하기까지. 여행사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없는 일도 있다. 어떤 때는 기다리는 일이 능사일 때도 있다.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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