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을 따라 걸으며 갓바위를 보러 가는 길
해안을 따라 걸으며 갓바위를 보러 가는 길

세월에 따라 모습은 변한다. 사람도 자연도. 바위가 갓을 쓰게 된 것도 시간이라는 연유가 있었으리라. 지레 감상을 옮기며 넓게 펼쳐진 바다를 따라 목포 8경 중 하나인 갓바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갓바위로 향하는 길에는 정박된 배가 몇 척, 그리고 저 멀리 물 위를 떠다니는 배들이 있다.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이 한 프레임에서 교차한다. 프레임 속을 천천히 걸어들어가며 순간을 걷는다. 나란히 갓을 쓴 한 쌍의 바위에는 여러 전설이 전해진다. 그 중 하나는 부자의 이야기다.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고, 불효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 죽고 말았다. 이후 바위가 솟아올라 큰 바위는 아버지바위, 작은 바위는 아들바위라 불리게 됐다고. 여행에 안타까운 전설이 하나 더 깃들었다. 


죽녹원에서 초록빛 휴식을


무작정 초록빛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몸과 마음에 피로가 가득해질 때쯤, 눈에 초록빛을 가득 담으면 그나마 해소되기 때문이다. 분죽, 왕대 등 다양한 대나무가 모여 사는 죽녹원에는 많은 가족 여행객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 총 8개의 산책로가 조성돼있으니, 어느 누구와 함께 와도 입맛에 맞게 푸른 대나무길을 골라 거닐 수 있다. 중간중간 정자와 벤치가 위치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할 수도 있다. 대나무는 다른 식물보다 산소를 많이 배출한다고 하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게 드리운 대나무숲에서 깊게 호흡해본다. 이 정도의 욕심은 부려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상쾌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으며, 후덥지근한 날씨에 느껴졌던 더위가 싹 가신다. 

메타세콰이어길은 커다란 나무가 드리운 그늘 덕에 한 여름도 시원하다
메타세콰이어길은 커다란 나무가 드리운 그늘 덕에 한 여름도 시원하다

피톤치드 쏙쏙,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담양의 푸른 매력은 메타세콰이어길로 계속 이어진다. 담양군이 1970년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심었던 3~4년생 메타세콰이어 묘목은 세월을 따라 무럭무럭 자라 울창한 숲을 이뤘다. 원래 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였으나, 바로 옆에 국도가 뚫리면서 산책로로 바뀌었다. 이젠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황톳길이 나무 사이를 잇는다. 총 2km 정도의 산책로에는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이 많았다. 카메라를 들고 서로의 모습을 사이좋게 담는다. 꼭 잡은 두 손에 각자 순간의 영원을 꿈꾸겠지. 연인과 함께 걷는 순간에는 알면서도 유치한 바람을 간직하고는 하는 법이니까. 하늘로 높게 뻗은 나무 사이를 걸으며 왜 연인이 걷기 좋은 길인지를 새삼 실감했다. 복잡한 도심 속을 벗어나 온전히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 좋은 길이다. 


메타세콰이어길 바로 맞은편에는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메타프로방스가 있다. 프로방스 내에는 다양한 카페와 식당, 기념품점이 자리 잡고 있어 메타세콰이어길에서 산책을 한 후, 일행과 함께 여유롭게 차 한잔을 즐길 수 있다. 프로방스 입구에 들어서면 하얗게 칠해진 외벽이 지중해풍 풍경을 선사한다. 한 켠에는 연인과 가족의 소망을 담은 알록달록한 자물쇠 벽이 골목을 따라 자리하고 있었다. 자물쇠에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쓰고, 옆에 있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빼곡이 추억을 담아본다. 

 

글·사진=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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