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스빌 명물 ‘대보초’ 그보다 멋진 바닷속
타운스빌은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퀸즐랜드주의 대표적인 해안도시다. 연중 300일 이상 지속되는 화창한 날씨로 유명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보초(大堡礁, The Great Barrier Reef)지역의 관문이다. 대보초는 나비 49㎞, 길이2000㎞의 지역에 약 600여개의 산호섬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1954년 세계 최초의 해중공원(海中公園)으로 지정되었다. 온갖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기도 한 이 지역에서는 산호를 비롯한 해양동식물에 대한 연구와 자연보호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줄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귀에 서서히 통증이 느껴지자 코를 막고 귀로 바람을 내뿜어본다. 좀 나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프다. 덕분에 물이 차갑다거나 호흡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금세 잊혀져 버렸다. 그러나 드디어 수심 10미터쯤 바닥까지 내려서자, 자꾸 잠수마스크가 벗겨질 것 같기고 하고, 입이 아파 레귤레이터(자동조절기)를 뱉어버리고 싶어져 얼른 수면 위로 도망을 친다. 레귤레이터를 뱉고 휴우, 큰 숨을 쉬어본다.

이곳 켈소 리프(Kelso Reef)로 오는 배 안에서 미국 기자인 캐시는 내가 스쿠버 다이빙은 커녕 스노클링도 한번 안 해봤다고 하자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수영은 잘 하냐고 해서 ‘글쎄요’ 했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 스쿠버 다이빙 그렇게 어렵나? 그녀도 해본 적은 없단다.
바다속에 설치된 플랫폼으로 올라서서 한숨을 돌리며 그만 포기할까 싶은데, 눈앞에 아직 한 번도 내려가 보지 못한 채 줄을 잡고 씩씩거리는 홍콩 남자가 있다. 몸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속으로 그래도 내가 낫구나 하며 마치 걱정이 돼서 올라온 듯, ‘아직도 여기 있으며 어떡해요’ 한 마디하고는 보란 듯이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간다. 수압에 아픈 귀를 달래가며 바닥에 내려서서 줄을 놓자마자 몸이 자꾸 떠오른다. 우리팀의 교육을 맡은 이에게 애달픈 눈길을 보내자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휴우, 이번엔 안도의 한숨. 이제부터, 본격적인 물 속 여행의 시간이다.
호주의 대보초(Great Barrier Reef)는 23만평방 킬로미터에 이르는 산호초 지역으로 세계 8대 자연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행이 참가한 ‘퓨어 플래저 크루즈(Pure Pleasure Cruises)’ 데이투어의 목적지인 켈소 리프는 그 중에서도 수심이 얕아 손에 잡힐 듯 산호를 가깝게 볼 수 있는 오염되지 않은 지역. 오전 9시에 타운스빌에서 ‘웨이브피어서 2001(Wavepiercer 2001)’호에 승선해 소요시간 2시간30분이다. 지난해 말 새로 교체한 폰툰(ponton)은 해상정거장과 비슷한 거룻배로 탈의실 등을 갖추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에서 잠수복, 잠수마스크 등 스노클링과 스쿠버 장비를 받으면 이제부터 4시간 동안 신나는 해저탐험이 시작된다. 물에 젖기 싫은 사람은 바다낚시를 떠나고 나머지는 물 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갔다.
먼저 바닥에 유리를 깐 작은 글라스보트를 타고 가까운 바다를 휙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몇번씩 산호초에 부딪힐 뻔 하면서도 더 많은 수중생물을 보여주기 위해 총각 뱃사공(?)은 식은땀을 흘린다. 수심이 얕고 투명한 바다 속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날아다니고 무섭지도 않은지 배 바로 아래까지 다가와 자태를 뽐낸다. ‘기다리렴, 곧 들어갈께.’
다시 폰툰으로 돌아와 전문가와 함께 하는 스쿠버 다이빙 차례를 기다리다가 스노클링을 한번 시도했다. ‘까짓거’ 하며 플랫폼의 체인을 잡고 물 속으로 엎드리는데 웬걸, 도무지 그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몸은 중심을 못 잡고 출렁출렁하고, 자꾸만 사람들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가는 것 같아서 줄에 지탱해 제자리에서 물 속만 들여다본다. 그 순간 갑자기 팔 길이 만한 물고기 수십마리가 나를 향해 사방에서 몰려든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보니 누군가 배 위에서 먹이를 뿌리고 있었다. 다시 사이로 마구 오가는 물고기들은 등을 간지럽혀도 모를 만큼 먹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소름이 쫙 끼칠 만큼 즐거운 기분.
열심히 먹어대는 물고기들을 보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배 안에는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 빵, 음료수 등이 푸짐하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자 드디어 스쿠버 다이빙 차례가 돌아왔다. 스쿠버(에어탱크, 레귤레이터) 외에 잠수마스크·핀(물갈퀴)·잠수복·부력조정기·웨이트벨트·잠수시계·수심계 등의 장비를 몸에 착용하니 다리가 휘청한다. 자세한 설명과 시범까지 다 보고도 몇 번식 자맥질을 반복했는데 일단 ‘구원의 손’을 받아들이자 이젠 다시 올라가고 싶어도 말도 못하고 꼼짝없이 끌려(?)다니는 신세다.
커다란 말미잘과 총 천연색의 산호들이 발 아래로 깔리고 손을 저어 놀래키면 몸을 웅크린다. 켈소 리프에서는 1,500종의 물고기와 500여종의 산호, 150여종의 대합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간혹 독이 있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자연보호가 중요하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려 하지 않는다더니 너무 아름다운 장관에 레귤레이터만 아니었다면 입이 저절로 벌어졌을 것 같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수면으로 올라오니 추위가 몰려왔다. 같은 6월이라도 한국과는 기후가 정반대인 호주의 남부지방은 이제 겨울로 접어드는 참이다. 이곳 타운스빌은 열대에 속하지만 이상기후로 기온이 한참 내려가 있었다. ‘열대성 추위’라던 우스개 소리를 현실로 느끼며 폰툰으로 올라서는데 산소탱크와 웨이트벨트의 무게가 몸을 짓누르고 입술이 새파랗다. 둘러보니 우리 팀들을 벌써 다 올라와 있고,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후 3시30분이 되자 배는 다시 육지로 향했다. ‘덕분에 구경은 잘 했지만 물귀신 될 뻔 했구나’.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 캐시를 비롯해 잔뜩 겁을 준 사람들에게는 너무 재미있었다고 자랑을 했다. “스노클링보다 훨씬 쉬워요. 호흡도 쉽고.” 그러나 캐시는 절대로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홍콩기자는 내게 귓속말로 고백했다. “혼자만 수료증을 못 받았다”, “왜 나는 손을 잡아주지 않느냐? 여자들은 좋겠다” 등등,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그 수료증 반만 찢어 달라고.

퓨어 플래저 크루즈 (Pure Pleasure Cruises)
바다 한 가운데서 즐기는 해저탐험
타운스빌(Townswille) 부두에서 배를 타고 나가 바다 한가운데서 온갖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데이투어(Day Tour) 프로그램이다. 매주 화,수,금,토에 출발하며 왕복 운임, 점심식사, 스노클링과 낚시 장비대여를 포함해 어른 120호주달러, 어린이는 60호주달러다(세금 별도, 4호주달러). 스쿠버 다이빙은 추가 요금이 필요한데 초보자의 경우 60호주달러,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30호주달러다. 20∼30호주달러를 더 부담하면 8곳 이상의 먼 지역으로 나가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61-7-4721-3555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