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

올해 한국 여행 산업은 일본 보이콧이 본격화된 7월 이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진은 9월 승객이 줄어 한산한 인천공항 일본행 탑승구 모습
올해 한국 여행 산업은 일본 보이콧이 본격화된 7월 이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진은 9월 승객이 줄어 한산한 인천공항 일본행 탑승구 모습

올해도 한국여행업계에는 부침이 많았다. 한일 갈등과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아웃바운드 시장은 한껏 움츠러들었지만 인바운드 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9년 한국 여행 산업의 한 해를 돌아봤다. <편집자 주>

 

●日 보이콧 여파로 출국자 수 마이너스 


올해 한국 여행 산업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경제·외교 등의 이슈로 인한 타격이 컸다. 특히 한일 갈등 속 일본 제품과 여행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고 홍콩 시위 격화 등으로 전반적인 여행 경기도 얼어붙었다. 결국 방일 한국인 수는 7월(-7.6%)부터 5개월 연속 매월 앞자리를 갈아치우며 뚝뚝 떨어졌고,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전체 한국인 수는 533만6,600명으로 2018년 동기대비 -22.2%를 나타냈다. 이와 비례해 전체 출국자 수 성장률도 둔화됐다. 1월부터 7월까지는 한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8월 이후부터는 세 달 연속 마이너스 늪에 빠졌다. 올해 10월까지 집계된 한국인 출국자 수는 2,428만1,745명으로 1.57%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출국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어 올해 초 기대했던 전체 출국자 수 3,000만명 돌파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인바운드 시장은 위축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성장률 +26.2%를 기록하며 크게 성장해 인바운드 시장을 이끌었다. 그 밖에 일본, 타이완,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체 국가에서도 고루 방한 수요가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래객은 전년동월대비 15.1% 늘어난 1,458만9,439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도 15.4% 증가했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10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처럼 출국자 수는 주춤했으나 인바운드 시장의 선방으로 전체 국제선 여객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항공사도 여행사도 줄줄이 적자


일본 보이콧이 본격화된 이후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서둘러 하반기 영업 전략을 수정했다. 항공사들은 9~10월부터 일본 노선 다수를 정리하고 중국과 타이완, 싱가포르, 그 외 동남아시아 지역 신규 목적지로 방향키를 돌렸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비중은 6월 기준 32.2%에서 11월 기준 20.6%까지 줄었다. 신규 노선을 개척하고 항공 운임도 크게 내려 홍보하는 데 집중했지만 일본 수요를 모두 다른 지역으로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여파로 한국 여행사와 항공사들의 3분기 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항공사의 경우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들이 일제히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영업 이익도 적자는 면했지만 예년과 비교해 70%나 감소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올해 3분기 매출은 각각 1,832억원(-12%), 693억원(-28%)을 기록, 영업 손실도 각각 28억원, 22억원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의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올해 하반기 중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는가 하면 무급휴가, 단축근무를 실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맸다. 


●위기감 고조 속 신규 LCC 진입 


국토부는 올해 3월,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3개 신규 LCC에게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이로써 한국 내 저비용항공사는 6개에서 9개로 늘어났다. 국내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힘겨운 하반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신규 허가를 받은 저비용항공사들까지 경쟁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지난 4월, 양대 국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경영난에 결국 매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신규 LCC 중 가장 먼저 첫 발을 내디딘 곳은 플라이강원이다. 플라이강원은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11월 제주-양양 노선에 첫 취항하며 하늘길을 열었다. 내년에는 필리핀, 베트남 등 국제선 단거리 노선으로 취항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 에어로케이항공은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LCC로 포지셔닝해 내년 상반기부터 날갯짓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아웃바운드의 성장세가 올해 들어 둔화되는 양상인데다 기존 항공사들의 경영 상황도 녹록치 않은 상태라 신규 LCC들에 쏠리는 시선에는 기대 반, 걱정 반이 섞여 있다. 


●항공·투어·액티비티에 뉴페이스 도전


아웃바운드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올해도 다수의 OTA와 유통 플랫폼들은 항공권과 액티비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행 가이드북 앱으로 시작한 콘텐츠 플랫폼 ‘트리플(Triple)’은 호텔과 투어·액티비티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항공권도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B2C 항공권 비교 검색 플랫폼 스타트업 라쿤(Racoon)과 B2B 항공권 플랫폼 티켓박스도 내년 초 서비스를 오픈한다. 기존 플레이어들의 사업 영역 확대도 두드러진다. 신라면세점에서는 종합 여행 플랫폼 ‘신라트립’을 론칭, 야놀자(Yanolja)는 투어·액티비티 서비스를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글로벌 OTA나 투어·액티비티 플랫폼들이 빠르게 자유여행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만큼, 국내 토종 여행사들은 새로운 플랫폼들의 도전에도 주시하고 있다. 올해 초 스카이스캐너와 한국 여행사 간에는 수수료 인상을 두고 한국 여행사들이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 한 차례 보이콧이 벌어졌지만, 결국 여행사들의 보이콧은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여행사vs항공사 대결 확대 


올해 한국여행업협회는 IATA 대리점관리규정(PSAA, Passenger Sales Agency Agreement)에 대한 불공정약관 심사청구의 피신고인을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IATA와 PSAA를 적용하는 모든 항공사로 확대 재신청하기로 했다. 항공사와 여행사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할 때 적용되는 규정인데,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정해 여행사에 통보할 수 있는 조항 때문에 여행사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여행사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피신고인이 양대 국적사로만 되어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공정위의 의견에 따라 피신고인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PSAA의 불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여행사와 항공사 간의 대결 전선이 확대된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참좋은여행이 진행한 미디어 브리핑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참좋은여행이 진행한 미디어 브리핑

●안전·위기관리 능력 중요성 재확인


올해는 여행사들의 안전 및 위기관리 능력이 여러 차례 시험대에 올랐다. 하나투어는 2018년 홍콩에서 발생한 하나투어 임원의 ‘갑질’ 논란에 이어 올해 4월에는 분식회계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나투어는 거래처와의 미수금 문제에 감사를 진행한 결과 미지급금으로 인한 부채가 21억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감사 결과를 외부에도 공개하며 정산 차이로 발생한 미지급금을 모두 지불하고 관련 책임자들을 징계했다.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매뉴얼도 발표하면서 협력사들에게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부다페스트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30여 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유람선에는 주요 패키지 여행사인 참좋은여행의 고객이 탑승했다. 참좋은여행은 사고 직후 새로운 소식이 들리는 대로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현장 상황을 알렸고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대책팀을 파견, 피해 가족과 유가족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원했다. 사고 이후 국내 주요 여행사들도 안전사고 예방과 점검 규정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구명조끼 위치 고지를 의무화하고 주기적으로 체크리스트를 점검했다. 이후 한동안 국내 여행사들은 부다페스트 유람선을 일정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빠른 사고 대처 모습과 진정성 있는 대응에 큰 참사에도 여행사의 위기관리 능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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