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이제 여행산업과 기술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우리는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아고다, 트립닷컴 등 글로벌 여행 기업들을 ‘OTA(Online Travel Agency)’라고 통틀어 칭했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여행을 유통하는 IT기업’과 같은 맥락으로 정의한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는 내년 1월 처음으로 ‘여행&관광 마켓플레이스’를 신설하면서 기술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명할 예정이다. 빅데이터며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같은 용어도 여행산업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됐다.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도, 토종 패키지 여행사들도 기술을 이야기한다. 마이리얼트립이나 트리플, 트립스토어 등 최근 몇 년 안에 등장한 스타트업들은 시작부터 상품보다 유통 채널인 플랫폼 개발에 힘을 쏟았다. 유통 체제가 온라인 중심으로 커지면서 유통 과정을 간소화하려면 반드시 IT 기술력이 필요했고 자유여행시장의 증가도 여행 상품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다소 늦은 느낌도 있지만 올해는 국내 여행사들도 IT 기술력 확대를 외쳤다. 지난 1월 코스닥에 상장한 노랑풍선은 공모 자금 중 상당액을 신규 OTA 플랫폼 개발에 쏟았고, 타이드스퀘어도 온라인 여행 기술 인프라 개발을 목적으로 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부터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약 4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 12월23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1,347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곧 무기라는 것에 모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우리만의 리그를 위한 전략은 통하지 않으니까. 


국내 여행사들이 한 해 동안 시간과 비용을 쏟아 부어 만든 결과물이 내년이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여행사들은 패키지 상품 유통 방식과 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행산업의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 변화하는 속도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내년에 공개될 플랫폼과 시스템이 기존의 것에서 진화한 형태일지, 그동안 없었던 모습의 완전히 새로운 것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2020년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국내 여행사들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다. 살얼음판을 걸었던 2019년을 뒤로 하고 내년을 기대하는 이유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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