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새해에도 취재원들의 한숨은 짙다. 꽤 오랫동안 여행업계의 사정이 어려웠고 지속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커진 듯하다. 올해는 제2의 인생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직종으로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여행인들의 말에 기대감과 포부보다는 씁쓸함이 더 감돌았다. 자발적인 자기 계발이라기보다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진담에 가까운)농담 몇 마디가 있다. “곧 자리가 사라질 것 같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와 같은 이야기다.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 보이콧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여행사들은 신규 채용을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공채 모집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다지만 누군가의 퇴사로 인해 공석이 생겨도 충원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또 지난해에는 여행사든 항공사든 유독 업무 전환 배치와 희망퇴직 공고 소식이 이어졌는데, 대상자가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급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서 채용이나 직원들의 역량 강화보다 기술 투자에 더 무게를 두는 것도 직원들의 마음에 허탈감을 안기기도 했다. 한 취재원은 “그동안 ‘여행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10년 이상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이들이 가장 먼저 밀려나가는 느낌이 든다”며 “회사뿐만 아니고 업계 전반적으로 비슷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전문가라는 생각도 사라지고 여행업 자체에 회의감을 갖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런 마음이 커지자 기계적으로 일에 임하거나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모두가 기술을 외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여행에 미칠 긍정적인 변화는 매우 기대된다. 하지만 우리는 기계로 뽑은 국수보다 수 십년 동안 손으로 반죽해 칼로 썰어낸 할머니의 국수에 열광하고 기계로 내린 커피보다 장인의 손흘림 커피에 더 가치를 둔다. 어떤 형태로든 여행산업에서도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장인이 더 필요해질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남들보다 더 넓은 세계를 무대로 특별한 경험을 가지지 않았나. 여행의 가치를 안다면, 여행인들의 가치 또한 분명하다. 그러니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이 혹시라도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떠나지 않길 바란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안녕하길.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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