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수
오형수
K-TravelAcademy 대표강사

같은 시간과 같은 요일이면 어떤 채널이라도 비슷한 형식의 예능, 내용이 유사한 드라마, 똑같은 뉴스 등이 방송되던 때가 있었다. 이러한 기존 방송국의 허점을 공략해 그들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시장과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차별화된 틈새시장을 찾아 여행, 레저, 취미, 쇼핑, 비인기 스포츠 등 기존 방송국이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콘텐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 케이블 방송이다. 하지만 이러한 틈새시장으로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워지자, 미디어 시장과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은 개별 소비자의 디테일한 취향과 요구를 적극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유튜브 속 1인 미디어에게 넘어갔다. 미디어 시장과 콘텐츠 산업의 관점에서 유튜브 속 1인 미디어는 틈새의 틈새를 찾은 ‘초니치(Ultra-niches)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튜브 속 1인 미디어의 사례와 같이 나만의 스타일과 감정 및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본이 되었다. 소비자를 나이, 성별로 나누고 다시 취향과 트렌드별로 나눠 개인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초니치 시장이라고 한다. 틈새를 가리키는 ‘니치’를 더 디테일하게 세분화했다는 뜻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는 전체 소비를 줄이는 대신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능과 특징을 지닌 특별한 제품을 찾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초니치 시장을 활용하는 ‘초니치 전략’은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여행업에도 필요하다. 


여행소비자 역시 여행에 대한 요구가 극도로 개인화돼 기존 단일 일정표의 표준화된 패키지 상품과 서비스로는 더 이상 여행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이제는 단 한 사람의 단 한 번의 요구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깃 소비자의 특성을 관찰하고 세분화해 초니치 시장을 찾아내고, 개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그중 가장 중요한 핵심에 초점을 맞추거나 세분화된 요구에 맞으면서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니치 전략이 필요하다. 


한없이 까다로운 여행자를 위한 여행업계의 초니지 전략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타깃 소비자를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 기존의 20~30대를 위한 자유여행, 40~50대를 위한 가족여행, 60대 이상을 위한 패키지여행처럼 타깃 소비자의 범위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세대 단위의 상품이 아니라, 타깃 소비자의 범위가 수백 명에서 최대 수만 명 정도인 틈새의 틈새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여행자 만족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넘어서 성별, 연령, 직업, 종교, 식습관, 스포츠, 정치적 신념, 소득 수준, 여행스타일, 동행자, 취미 등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스타일과 가치에 맞춰 제안하는 새로운 유형의 여행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및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시장을 스스로 매우 작게 한정해 소비자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여행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규모가 작은 여행사라 하더라도 초니치 시장에서는 누구나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여행업계는 아직 틈새시장 개척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데,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개별 여행자의 개인적 취향까지 적극적으로 맞추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니치 전략을 펼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여행업에 초니치 전략을 적용하기에는 초니치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아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와 구글로 대표되는 온라인 미디어와 검색이 초니치 시장의 공간을 무한대로 넓혔기 때문에 초니치 전략은 여행업에도 유효한 전략이다. 


상품이 아니라 스타일과 가치를 소비하는 여행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여행사는 더 철저하고 세밀하게 여행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즉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 대한민국 여행업의 전망을 밝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여행사에게 초니치 전략은 까다로운 소비자인 동시에 현명한 여행자인 고객의 선택을 받아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출구임을 명심하자. 

 

글 오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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